"어릴 때부터 농사가 좋았어요."
경북 고령에 사는 최민호(24)씨는 농부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한창 고민할 젊은 나이의 그는 평생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동네 친구 3명은 모두 일을 찾으러 대구로 나갔지만, 최민호씨는 고향을 지킨다. 그는 "친구들이 직장생활하면서 고충 털어놓는 걸 보면 마음 편한 건 농사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농사로 인생의 승부를 보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내비쳤다.
정식 경력은 2년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외삼촌과 어머니가 함께 경영하는 육묘장에서 모판을 나르면서 농사를 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치는 바람에 지체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혼자 농사일을 도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최씨가 손을 보탠 것이었다.
진로를 일찍 정한 덕분에 학교를 선택하는 데도 고민이 없었다. 고등학교는 안동에 있는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은 전북 전주까지 가서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했다.
'준비된' 농부인 만큼 농사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부터 쉴 틈이 없다. 한해 농사는 1월부터 시작된다. 하우스 수박 재배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하우스를 만들고 퇴비로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환풍기 전기 배선에 자동 개폐기까지 만들면 1차 준비는 완료다. 1월 중순에 수박을 심어서 5월초에 출하를 시작한다. 그 사이 3월에는 모내기에 쓸 모를 생산한다. 육모작업이다.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수익이 제일 좋은 사업이다. 어린 모는 7월에 출고한다. 8월이 조금 한가한 시절이다. 폭염이 닥치는 달이기도 하고, 논에 물 조절만 해주면 그만이다. 9월에는 양파 모종을 준비하고, 같은 달 말부터는 콤바인 작업에 들어간다. 농가에서 작업비를 받고 벼를 베고 말리는 작업을 한다. 최씨는 "돈은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받은 돈의 절반이 기계 보수, 유지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남는 돈이 얼마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회사원 정도의 연봉을 버는데, 앞으로 농사 규모가 커지면 수익이 늘 것이기 때문에 농사에 승부를 걸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년 간은 코로나19 때문이 수익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생산이 중단된 농자재도 있고, 마스크 원료로 투입되는 바람에 농업용 부직포 가격도 2배 정도 뛰었다. 심지어 콤바인 부품 가격도 올랐다.
외국인 노동자들 몸값이 뛴 것도 고충이다. 수확기에는 그들의 손길이 절실하기 마련인데,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다 보니 인건비가 대폭 올랐다.
체험농장이 활발하지 못한 것도 힘든 점이다. 체험농장을 통해 소비·판매되는 농산물이 적지 않은데 코로나로 농촌을 방문하는 발길이 뚝 끊겼다. 최씨는 "농사는 짓는 것보다 판매가 힘들다"면서 "체험농장이 하나의 활로였는데, 2년 동안 동맥 하나가 막혀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들의 곡식은 익고, 농부의 마음도 나날이 자란다. 최씨는 2022년 쌀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생산하는 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쌀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조금씩 물러나고 외식과 여행이 늘면 음식물 소비도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를 보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2월에는 더 큰 일이 있다. 전주에서 공부하면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 결혼을 한다. 결혼하면 고령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2022년은 2가 세 번이나 들어가잖아요. 게다가 2월에 결혼하는 만큼 둘(2)이서 수입도 2배, 행복도 2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