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역사에 설치돼 있는 휴대폰 보조배터리 대여기기 '해피스팟'이 수년째 철거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기기 운영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한 뒤 연락이 두절됐고, 기기 소유권 이전과 처리 비용 문제가 걸려 있어 신속한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1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해피스팟 사업은 공사가 2016년 9월 외부 업체와 운영 위탁 계약을 맺고 같은 해 12월부터 서울 지하철 5~8호선에 대여기 157대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보조배터리를 최대 3시간 동안 무료로 빌릴 수 있고 대여시간 초과 시에만 소정의 반납지연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승차할 때 배터리를 공짜로 빌려 휴대폰을 충전하고 하차할 때 반납하면 되는 구조라 이용자 호응이 높았다.
해피스팟 사업은 기기에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내고, 공사와 업체가 이를 3대7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설계됐다. 공사는 모든 역사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광고 유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업체가 재정난을 이유로 계약 이행 중단을 통보하면서 사업은 개시 1년여 만인 2018년 2월 중단됐다. 당초 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까지였다. 대여기 설치 및 보수, 배터리 공급, 수익사업 관리 등을 맡았던 업체의 이탈로, 해피스팟 기기는 자리만 차지하는 무용지물이 됐다.
공사는 계약을 해지한 뒤 업체에 8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기기 철거를 요구했지만, 업체가 도산한 데다 연락도 되지 않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업체는 시설 투자 비용을 공사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며 정산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는 명도 소송을 통한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 대여기 27대를 경매에 넘겼다. 하지만 응찰자가 없어 3차례나 유찰되자 결국 공사가 대당 28만 원에 낙찰받아 철거했다. 공사는 나머지 130대에 대해서도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이 걸림돌이다.
공사가 새 사업자를 모집하거나 직접 사업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사는 누적 적자가 1조 원이 넘는 상황이라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사업자가 중도 하차한 데다 연락조차 되지 않아 철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협의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집행 비용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