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전세가격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수도권 아파트가 하락 전환된 데 이어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3주 연속 보합을 나타내 이달 중 하락 전환이 유력해졌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01%로 전주 보합(0.0%)에서 하락 전환됐다. 전세가격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건 2019년 8월 마지막 주(-0.01%)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0.02%→-0.03%)과 경기(-0.01%→-0.04%)의 하락폭이 확대됐고 인천(-0.07%→-0.06%)의 하락세가 계속되며 수도권(-0.02%→-0.04%)의 내림세가 가팔라졌다. 17개 시·도 중 가장 먼저 전세가격이 꺾인 세종의 하락폭(-0.25%→-0.2%)은 조금 축소됐으나 여전히 전국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파트 전세시장은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매물이 마르고 치솟은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불장'이 이어졌다. 임대차2법이 시행된 2020년 8월을 기점으로 전셋값 오름세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누적 상승률은 9.61%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2011년(15.38%)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상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수급동향을 나타내는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셋째 주에 99.4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0과 200 사이에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인데, 두 자릿수로 내려간 건 1년 반 만이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 신규 계약 중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지난해 말 연중 최대치(36.5%)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은 3주 연속 보합을 나타냈다. 수도권이 매수세 위축으로 3주 연속 -0.02% 변동률을 이어간 가운데 서울 강남구(-0.01%)가 2020년 11월 첫째 주(-0.01%)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수도권은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급등했거나 매물이 적체된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