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큰 우크라이나 내 일본인 대피책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장악됐을 때 일본인을 도왔던 현지인 등을 신속하게 대피시키지 못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14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재류 일본인 보호에 ‘실수 없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다음날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재류 일본인 보호를 당부하기도 했다. 신문은 “2021년 아프간이 혼란해졌을 때 지원에 늦었다고 비판받은 교훈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험 정보를 ‘레벨4’(대피 권고)로 올리고, 현지에 있는 일본인은 즉시 국외로 나가도록 호소했다. 재류 일본인에게 개별적으로도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출국을 호소했지만, 11일 150명 정도였던 체류자는 14일에도 130명 정도로 크게 줄지 않았다.
외무성 간부에 따르면, 남은 재류자의 상당수는 배우자 등 가족이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생활 기반이 있어 귀국을 망설이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인 가족이 입국할 경우 현행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의 예외인 ‘특단의 사정’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피용 비자는 우선 발급하고 일본 생활에 대한 불안 등도 개별 청취한다는 방침이다.
정세가 더욱 긴박해질 경우를 대비해 방위성에서는 자위대 파견 방안도 준비 중이다.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은 15일 “명령이 내려지면 신속히 파견하도록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위대기를 직접 파견하려면 자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데다 러시아가 침공하는 국면에서 비행은 매우 위험하므로, 이웃한 폴란드에 보내 육로로 대피한 일본인을 수송하는 방법 등을 검토한다.
일본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했을 때도 재류 일본인과 일본 정부를 도운 아프간인 등을 탈출시키기 위해 자위대기를 보냈다. 하지만 대사관원들이 먼저 타국으로 탈출한 상태여서 피난 대상자들을 공항으로 이동시키지 못해, 첫날에는 일본인 1명을 대피시키는 데 그쳤다. 이후에도 8월 말까지 15명의 아프간인을 호송했고, 현지 정세가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야 나머지 아프간인들을 일본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사태 초기 이른바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 391명을 대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