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쟁이 美, 러시아 위협 과장 말라”…숨죽이던 중국의 분풀이

입력
2022.02.17 13:55
美 '침공의 날' 16일 넘기자 中 공세 포문
①'러시아 위협론'은 '중국 위협론' 데자뷔
②美 군사지원 '줄 세우기' 외교로 무력화
③"대만은 내정"...우크라 나토 가입 반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미국이 지목한 16일을 넘겼다. 그러자 중국이 분풀이하듯 미국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에 맞서는 러시아와 여러모로 처지가 비슷한 탓이다. 베이징올림픽 개막 이후 숨죽이며 지켜보던 중국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①러시아 위협론 vs 중국 위협론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된 원인을 미국의 ‘자작극’에서 찾고 있다. ‘러시아 위협론’을 과장해 침공 위협을 날조한다는 것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러시아가 실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미국은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다며 계속 경고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미국은 제재로 인한 억지력을 발휘해 전쟁을 피하거나 늦췄다며 자랑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느 쪽으로 전개되든 모두 미국이 이기는 게임으로 판을 짰다는 의미다. 그 결과 조 바이든 정부가 국제여론을 주도하고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미국 유권자의 표심을 결집하는 전리품을 챙겼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중국 또한 국제사회 위협세력으로 낙인 찍혀 미국의 공세에 시달린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트럼프 정부 이후 ‘중국 위협론’이 부각되면서 뭇매를 맞아왔다. 미국의 주장에 중국의 반박이 묻히는 패턴이 반복됐다. 양진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ㆍ동유럽ㆍ중앙아 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해 유럽의 히스테리를 부추기고 미국 편으로 결속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②군사지원 vs 줄 세우기


중국신문망은 “미국은 러시아 위협론으로 유럽 국가들의 대미 의존도를 높이고 미국의 선택을 따르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군사지원의 경우 우크라이나로 몰려든 미국 등 서구의 자금은 15억 달러(약 1조7,947억 원)가 넘고 무기장비 규모는 1,000톤을 웃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7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미국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군망이 “미국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어지럽힌 것은 한몫 챙기기 위해서”라고 평가할 정도다.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대러 전초기지로 바꿔놓은 셈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안보동맹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해 동맹과 민주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가치외교에 기세가 눌렸다. 하지만 러시아의 ‘줄 세우기’ 외교에 반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유럽 정상들이 앞다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거나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텅쉰왕은 “러시아는 옛 소련보다 국력이 훨씬 약한데도 서구와 팽팽하게 맞섰다”며 “이대로 러시아가 철군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사이에 이미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80% 수준까지 올라선 만큼 유사시 러시아보다 더 수월하게 미국의 우방국들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③우크라이나 vs 대만


신랑차이징은 “러시아가 자국 땅에서 군대를 동원하는 건 순전히 국내 사안”이라며 “러시아의 지정학적·안보적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가 서구 편으로 기울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는 시도를 단호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에 걸린 중국의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중국은 대만 문제를 ‘내정’으로 규정해 외부 간섭에 반대해왔다. 우크라이나 정세 변화에 반응하는 러시아 못지 않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나토의 ‘동진’을 저지한 러시아의 사례를 중국이 치켜세우는 이유다.

다만 중국도 러시아와 미국의 전면 충돌은 부담스럽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는 정치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조국 통일’을 외치며 대만해협에서 결사항전을 다짐하면서도 ‘양안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며 대만과의 대화 여지를 남겨온 것과 비슷한 뉘앙스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