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게 해달라"며 입술 꿰매는 시위 벌인 사람들

입력
2022.02.17 15:16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 국경에서 비자 발급 요구
물 마실 틈만 남기고 입술 봉합하는 시위 벌여
작년 멕시코에 망명 신청 전년 두배 껑충
비자 발급 지연에 무비자 불법 입국 170만명 구속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와 인접한 국경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요구하는 10여 명이 멕시코 당국의 빠른 행정처리를 요구하며 입술을 꿰매는 단식 시위를 벌였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의 길을 터달라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 이민청 앞에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과 비자 발급을 신속히 허가해달라는 시위를 벌였다. 대부분 중남미 출신으로 구성된 10여 명의 시위대는 멕시코 이민 당국에 자신들이 미국으로 가기 위한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서로의 입술을 꿰매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물을 마실 작은 틈만 남겨둔 채 입술을 전부 꿰맸다.

니카라과에서 왔다는 한 시위자는 입술을 꿰매기 전 "나는 기다리는 데 지쳐 이 방식을 택했다"며 "당국이 비자를 발급할 때까지 우리가 계속 (미국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시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위자 중엔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도 있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요르젤리스 리베라는 "딸이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멕시코 당국은 아무런 해결책을 내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죄수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멕시코 이민당국(INM)은 시위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INM은 "이런 행동이 스스로를 (이민자) 대표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의해 취해진다는 게 걱정스럽다"며 "이들은 당국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지만, 이미 서비스는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멕시코 이민당국의 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2021년 멕시코 정부가 받은 망명 신청은 13만1,448건으로 2019년(7만351건)에 비해 거의 두 배 증가했다.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무비자로 국경을 넘으려는 불법 이민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당국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 170만 명을 구속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유엔 측은 국경 인근에서 방치되는 이민자들을 위해 새로운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다나 그레이버 유엔 국제이민기구(IOM) 멕시코 지부장은 "(입술을 꿰매는) 극단적인 방식은 이들에게 이민 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멕시코 정부가 새로운 비자 발급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최근 멕시코로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위해 새로운 지원 방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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