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강호 스웨덴에게 패하며 4강에 진출에 실패했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은메달의 쾌거를 이뤘던 팀 킴이다. 이번에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스킵 김은정은 "평창올림픽 때는 처음이어서 진짜 겁이 없었다. 이번에는 좀 더 잘해서 팀 킴이 이런 팀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던 마음이 컸는데 무게감이 좀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팀 킴(김은정 김경애 김초희 김선영 김영미)은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선 9차전에서 스웨덴에 4-8로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선공으로 맞이한 2엔드에서 2점을 스틸하면서 경기 초반을 리드했다. 중앙 길목에 차곡차곡 스톤을 쌓아 두며 상대 스톤의 하우스 진입을 막았다. 부담이 커진 스웨덴이 마지막 드로샷 힘 조절에 실패했고 결국 한국이 먼저 2점을 가져갔다. 3엔드도 1실점으로 넘긴 한국은 4엔드에서 김은정의 드로샷으로 1점을 추가하면서 초반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이미 4강 진출을 확정했음에도 대충 하지 않았다. 5엔드에서 1점을 가져가더니 6엔드에서 1점을 스틸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7엔드에서 1점을 따냈지만 8엔드에서 다시 2점을 잃었다. 4-5로 뒤진 9엔드도 쉽지 않았다. 1점을 더 내줘 4-6. 마지막 10엔드에서 한국은 후공임에도 2실점 해 끝내 고개를 숙였다.
4승 5패가 된 한국은 미국, 중국과 승률이 동률이 됐으나 승자승에서 밀리며 8위에 그쳤다. 아쉬운 결과였다. 돌이켜보면 팀 킴에겐 지난 2년의 공백 기간이 뼈아팠다. 팀 킴은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컬링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그들에게 '꽃길'은커녕 고난만 있었다. 컬링연맹 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을 폭로한 대가였다. 온갖 감사와 수사로 사건이 일단락된 뒤엔 경북체육회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무적' 신세가 됐다. 이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전 훈련이 턱없이 부족했다.
임명섭 대표팀 감독은 "국민들의 기대와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임 감독은 "평창 이후에 전 세계의 모든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준비할 때 우리 선수들은 1~2년 늦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 티켓을 따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를 통해 보고 배운 것들을 잘 녹여내서 2026년 올림픽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각오했다.
김은정은 "감각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실수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타이트하게 이끌고 갔더라면 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을까 아쉽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평창 이후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신 많은 분들의 응원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초희는 "국민들이 많이 응원을 해줬는데 다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아쉽다"고 했다. 김선영은 "다음 대회들에서도 계속 도전하는 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