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지방을 횡단하고 17일 수도권에 입성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꺼낸 유세 카드는 ‘부동산 정책 실패’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텃밭 경기도를 누비며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여당이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을 이용해 고의로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주장까지 폈다. 전날에 이어 ‘적폐 청산=부정부패 척결’이라는 프레임도 그대로였다.
윤 후보는 경기 안성시 중앙시장 앞 서인사거리에서 시작해 용인(수지)과 성남(분당)을 거쳐 서울로 ‘북진’하는 유세 일정을 짰다. 모두 부동산 민심이 극도로 악화한 지역이다. 그는 특히 이 후보의 안방으로 대장동 의혹의 무대가 된 성남에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야탑역 앞에 마련된 유세차에 올라서는 “3억5,000만 원을 넣은 사람(김만배씨)이 8,500억 원을 받아가게 만드는 도시개발은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본인을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유능한 사람이 맞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백현동 개발과 성남FC 관련 의혹도 하나하나 거론하며 “(이 후보가) 인구 100만 명의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 명의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대장동과 엮어 가는 곳마다 “적폐 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닌 부정부패”라는 논리를 설파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해 “법과 원칙에 따라 내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했더니 정치보복을 한다고 한다”면서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같은 파시스트들이 하는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부정부패는 망국의 병”이라고도 했다.
부패 일소의 적임자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26년간 보수와 진보할 것 없이 부정부패를 감시한 사람이 나”라며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 정권의 파산선고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사흘을 통틀어 가장 과격한 표현으로 부동산 문제를 비난했다. 당정이 추진한 28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실수가 아닌 고의”로 규정한 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은 임대인의 횡포에 시달리게 만들어 선거 때 민주당을 찍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면 집값이 저절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안성에서는 김학용 전 의원을, 서울 서초에서는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을, 종로에 가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자질을 치켜세우며 표를 호소했다. 대미는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격하게 맞붙었던 유승민 전 의원과의 만남으로 장식했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은 뒤 곧바로 종로 합동 유세에서 ‘원팀’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