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민주당, 고의로 집값 폭등시켜"... '수도권 부동산 민심' 조준

입력
2022.02.17 21:00
안성·용인·성남 등 수도권 유세 집중 
대장동 의혹 파고들며 부패 척결 강조 
'원팀' 합류한 유승민과 피날레 장식

이틀간 지방을 횡단하고 17일 수도권에 입성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꺼낸 유세 카드는 ‘부동산 정책 실패’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텃밭 경기도를 누비며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여당이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을 이용해 고의로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주장까지 폈다. 전날에 이어 ‘적폐 청산=부정부패 척결’이라는 프레임도 그대로였다.

윤 후보는 경기 안성시 중앙시장 앞 서인사거리에서 시작해 용인(수지)과 성남(분당)을 거쳐 서울로 ‘북진’하는 유세 일정을 짰다. 모두 부동산 민심이 극도로 악화한 지역이다. 그는 특히 이 후보의 안방으로 대장동 의혹의 무대가 된 성남에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야탑역 앞에 마련된 유세차에 올라서는 “3억5,000만 원을 넣은 사람(김만배씨)이 8,500억 원을 받아가게 만드는 도시개발은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본인을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유능한 사람이 맞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백현동 개발과 성남FC 관련 의혹도 하나하나 거론하며 “(이 후보가) 인구 100만 명의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 명의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대장동과 엮어 가는 곳마다 “적폐 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닌 부정부패”라는 논리를 설파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해 “법과 원칙에 따라 내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했더니 정치보복을 한다고 한다”면서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같은 파시스트들이 하는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부정부패는 망국의 병”이라고도 했다.

부패 일소의 적임자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26년간 보수와 진보할 것 없이 부정부패를 감시한 사람이 나”라며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 정권의 파산선고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사흘을 통틀어 가장 과격한 표현으로 부동산 문제를 비난했다. 당정이 추진한 28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실수가 아닌 고의”로 규정한 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은 임대인의 횡포에 시달리게 만들어 선거 때 민주당을 찍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면 집값이 저절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안성에서는 김학용 전 의원을, 서울 서초에서는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을, 종로에 가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자질을 치켜세우며 표를 호소했다. 대미는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격하게 맞붙었던 유승민 전 의원과의 만남으로 장식했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은 뒤 곧바로 종로 합동 유세에서 ‘원팀’을 과시했다.

안성·성남=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