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호남서 DJ 소환... 이재명 겨냥 "부정부패 척결 말씀하셨다"

입력
2022.02.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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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독점, 호남에 뭘 했나"
유세 이틀 만에 전국 'X'자 횡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호남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어록을 빌려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호남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치 보복’ 이슈로 진보 대결집을 시도하자, 진보진영의 거두를 소환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윤 후보는 민주당을 지역감정을 활용하는 ‘선거 전문 정당’으로 규정한 뒤 지역 유권자들에게 “더는 속지 말라”고 호소했다.

DJ 앞세워 "적폐 수사, 보복 아닌 부패 척결"

윤 후보는 광주와 전북 전주시를 찾아 DJ 향수를 자극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과거 ‘무인도에 가져가 없애 버릴 세 가지’로 ①실업 ②부정부패 ③지역감정을 고른 사실을 상기시키며 “부패 척결은 민생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정부패는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저 역시 대통령이 되면 내 편의 부패부터 단호히 처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가 DJ까지 들먹이며 부패 척결을 들고 나온 데는 이중 포석이 숨어 있다. 우선 호남인들의 반발심이 큰 정치 보복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언급을 정치 보복 선언으로 보고 있는데, 그는 이를 ‘DJ도 말했던 부패 척결’ 의미로 재설정한 것이다. 윤 후보는 “보복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하지도 않을 거니까 그런 엉터리 프레임으로 위대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대장도 특혜 개발 의혹 등 이 후보를 향한 공세 성격도 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얼마나 잘못을 많이 했으면 부정부패 엄단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만든다”고 비꼬았다. ‘원칙론’만 내세운 한마디에 민주당이 제 발을 저린 듯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호남 홀대론’도 거듭 부각하며 지역 민심의 변화를 촉구했다. 광역시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 없고, 광주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등(실제론 세종, 제주 이어 뒤에서 3위)인 점 등을 차례로 언급하고선 “민주당 독점 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느냐”고 되물었다. “이번엔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 달라”는 직설적 표현도 썼다.

그는 아예 민주당을 선거에만 능한 정당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선거 때만 되면 이거 준다, 저거 준다 해놓고 달라진 게 없다”는 논리를 들었다. 충북 청주시에선 “민주당 공약은 전부 엉터리”라며 “(공약을 이행하려면) 돈이 수천조 원이 드는데 무슨 재주로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영남선 당 점퍼, 호남선 양복 차림

윤 후보는 강원 원주까지 훑은 뒤 하루 유세 일정을 마무리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틀 만에 전국을 ‘X’자 모양으로 횡단한 것이다. 15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 대전ㆍ대구ㆍ부산을 돌며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 점퍼를 입은 것과 달리 이날은 감색 양복 차림으로 유권자들과 마주했다. 국민의힘을 대하는 호남 정서가 비우호적인 만큼 당이 아닌 ‘윤석열 개인’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광주·청주=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