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때아닌 택시업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 기업 진출로 이중고에 처해 있는 택시 업계의 고단한 현실에 공감하며 나온 일부 발언의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면서다.
이 후보는 16일 서울 강남구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원들과 만나 택시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지지를 호소했다. 전국의 택시업계 종사자는 30만 명, 가족 구성원까지 포함하면 표심이 100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택시업계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으로부터 '귀한' 대우를 받는, 직능단체 최대 표밭으로 꼽힌다.
이 후보 역시 이날 사전에 준비한 정책 협약식을 맺는 등 일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택시를 준(準) 대중교통으로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민간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전국 단위의 공공 택시 호출 앱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어려운 택시 업계의 현실에 공감을 표하다가 나왔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먼저 "현재 80%의 종업원들이 떠났다. 탄광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들은 고수익이었다. 택시는 다 떠나 이제는 없다"며 택시기사들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박 회장의 발언을 이어 받아 "이게(택시가) 도시의 탄광이다. 일자리가 없다, 없다가 마지막으로 가는 게 택시인데 요즘은 그 길도 막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만 이 후보의 발언이 전후 맥락 없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택시기사들을 모욕하는 발언",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도 즉각 가세했다. 직접 택시운전 면허 자격증을 따고 택시 영업에 나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일 먼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직업의 귀천이 어디에 있으며 택시업계가 탄광과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광업과 택시업계 양쪽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매우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저도 그렇지만 송영길 (민주당) 대표님도 택시 운전을 해보셨는데, 이 후보의 이런 인식을 좀 교정해주셨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최우기, 임정남 열사 두 분이 안타깝게 돌아가신 일을 생각하면 민주당은 표현을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언급한 최우기, 임정남씨는 '카카오 카풀' 시행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노동자들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적극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간담회에서 이 후보가 한 '도시의 탄광' 발언은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한 발언을 이 후보가 받아 택시 종사자를 위한 정책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