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 횡령' 혐의 김원웅 광복회장 결국 자진사퇴

입력
2022.02.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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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만에 처음... 당분간 직무대행체제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돌아갈 카페 수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결국 사퇴했다. 대의원들이 임시총회를 열어 투표로 끌어내리려 하자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1965년 광복회 설립 이래 수장의 불명예 퇴진은 처음이다. 2019년 6월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의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의를 밝혔다. 다만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ㆍ관리를 잘못해서 불상사가 생겼다”면서 혐의는 부인한 채 횡령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겼다.

김 회장은 2020년 5월부터 광복회가 국회의사당 안에서 운영한 카페 ‘헤리티지 815’ 수익금 가운데 6,100만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뒤 일부를 개인 이발비와 의상 구입비, 안마시술소 이용 등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수익을 독립유공자 자녀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사업 취지가 좋아 임대료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상급기관인 국가보훈처는 감사를 통해 김 회장의 비위를 확인했고, 10일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김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회장의 임기 2년 8개월 동안 광복회는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회장은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등 공식석상에서 이승만 정권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하고, 2020년 7월 별세한 백선엽 장군을 영웅으로 표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내정간섭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해 이념 편향 논란에 시달렸다.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특정 상을 만들어 여권 인사들에게 남발하면서 “광복회를 사유화한다”는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월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갈등을 겪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새로 만든 ‘독립유공자 최재형상’을 수여해 최재형 기념사업회가 공개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김 회장은 ‘부모 가짜 유공자 의혹’에도 휩싸였다. 일부 광복회원들이 모친 전월선 선생이 실제 독립운동을 한 언니의 공적을 가로챘고 부친 김근수 선생의 독립운동 공적 역시 허위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보훈처는 검증 끝에 지난해 7월 “공적 조서에 오류는 약간 있지만, 서훈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봉합했다.

보훈처는 이날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도ㆍ감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회는 17일 이사회를 개최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고 한동안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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