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파손·땅꺼짐' 일산 상가사고 원인은 시공부실… 안전등급 최하위

입력
2022.02.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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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안전진단 결과 내놔
지하 바닥 재시공 등 대책 제시

지난해 말 지하 기둥 파손과 땅 꺼짐으로 대피 소동이 일어났던 경기 일산 복합상가건물의 사고 원인이 지하 벽체 공사 부실과 관리 소홀로 나왔다. 해당 건물은 보강 공사를 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는 최하위 안전등급을 받았다.

고양시는 일산 마두동 상가 건물 기둥파손 사고와 관련한 안전진단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정밀 진단은 한국건설안전협회가 사고 다음날인 올해 1월 1일부터 해왔다.

협회는 말뚝(pile) 대신 매트(mat) 공법으로 변경해 바닥 기초가 시공되면서 지반이 구조물 압력을 견디는 지내력(地耐力)이 약해졌고, 하층 벽체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기준에 미치지 못해 지하 3층 기둥이 파손됐다고 결론 냈다.

지반 높이를 인접 건물보다 10m 낮게 조성하고, 지하층 한쪽 외벽공사를 하지 않은 것도 파손 원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하루 20톤 이상의 지하수가 스며든 것으로 분석했다. 건물을 받치고 있는 지반에 다량의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곳곳에 틈이 생겼고, 이로 인해 지반이 약화돼 건물 앞 땅 꺼짐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안전협회의 결론이다.

부실한 건물 유지관리도 문제로 지적했다. 해당 건물은 1995년 준공 이후 보수·보강이나 차수 공사, 물빼기 작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은 최하위 안전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이는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심각한 결함으로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다.

안전대책으로는 바닥 기초를 매트(mat) 대신 말뚝(pile) 공법으로 바꿔 보강 공사를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지지 말뚝을 지하 암반층까지 박아 구조물 하중을 단단한 지반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보강공사에 앞서 지하층 일부 지반의 빈틈이나 공간에 충전재(充塡材)를 채우는 그라우팅 작업과 지하층 기둥 보강 필요성도 제시됐다.

고양시 관계자는 “해당 건물 소유자와 관리단에 이번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보강 공사나 재건축할 것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지하층 일부에 대한 지반보강 공사 등은 소유자 측과 협의해 선제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1일 이 상가 건물 지하 3층 주차장 기둥 3개가 파손되거나 금이 가고 앞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입주민 등 3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고양시는 붕괴 우려에 대비해 건물 사용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후 지하 1층에서 지상 7층까지 입주한 음식점과 병원, 학원 등 78개 사업장의 영업이 중단됐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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