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왕따 주행'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가대표 선수 김보름(29)씨가 노선영(33)씨의 허위 주장과 폭언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황순현)는 16일 김씨가 노씨를 상대로 낸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8년 2월 19일 올림픽 팀추월 경기 당시 박지우 선수와 함께 한 팀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씨와 박씨가 노씨를 뒤에 두고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후, 김씨는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고 언론에 말했다. 이를 두고 김씨가 노씨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씨가 "훈련할 때도 따돌림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왕따 논란'까지 불거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파장이 커지자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를 통해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경기로 판단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씨는 2020년 11월 노씨의 올림픽 전후 허위 인터뷰로 명예가 훼손됐고, 과거 노씨의 가혹행위와 폭언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노씨 인터뷰로 김씨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터뷰에서 노씨가 언급한 내용은 국가대표팀 훈련이나 연맹의 선수관리 같은 세간의 관심사에 대한 노씨의 의견에 불과하다"며 "노씨가 느낀 것을 다소 과장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이미 김씨의 답변 태도로 인해 왕따설이 촉발된 상황에서 해당 인터뷰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이 없었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기는 정상적 주행이었고, 오히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주행순서를 결정하고 선수 간의 간격이 벌어질 때 적절한 조처를 할 지도력의 부재 등으로 초래된 결과"라며 "선수들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다고 해도 각자의 주행패턴과 속도대로 주행하고, 뒤처진 선수는 최선을 다해 앞 선수를 따라가는 것이 경기 결과에 유리하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씨의 폭언으로 인한 김씨의 정신적 피해는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동료 선수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등을 고려하면 노씨가 2017년 11∼12월 후배인 김씨에게 랩타임(트랙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실확인서에는 "노씨가 김씨에게 '천천히 타면 되잖아 XXX아'라고 욕설한 것을 봤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17년 11월 이전 가해진 폭언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범위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