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김혜경·김건희... 대선후보 배우자, 있지만 없는 선거

입력
2022.02.15 20:30
4면
안철수·심상정 배우자는 활발 활동할 듯

"있지만,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들의 얘기다. 과거 대선에서 대선후보와 배우자는 사실상의 러닝메이트였다. 배우자들이 때로는 '조력자'로, 때로는 '보완재'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전국을 누빈 김정숙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배우자 리그'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배우자들이 '리스크'로 여겨지는 탓이다.


선거운동 시작했는데... 모습 감춘 김혜경∙김건희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15일 광주에서 일정을 재개하려다 고민 끝에 취소했다. 이 후보가 부산, 대구, 대전, 서울을 다니는 사이 김씨가 호남을 맡는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시기상조라고 본 것이다. 김씨는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휩싸인 후 2주째 잠행 중이다.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를 한 게 대외 활동의 전부다.

민주당에선 그럼에도 "김씨가 조만간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씨는 선거 현장에 잘 녹아드는 스타일이어서 정면돌파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활동 폭은 좁힐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의 '동행 유세'보다는 '개별 활동'에 초점이 맞추고, 거의 모든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더 꽁꽁 숨었다. 김씨는 경력 부풀리기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묶여 있고, '김건희 리스트' 후폭풍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김씨의 마지막 공개 활동은 대국민 사과를 했던 지난해 12월 26일이었다.

그런 김씨의 모습이 15일 언론에 공개됐다. 국민일보는 14일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나러 가는 김씨와 만나 "문화∙예술∙종교 분야에서 공개 행보를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아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김씨의 등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지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김씨의 공식 일정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씨의 선거운동을 기다리기보단 말리는 게 국민의힘 분위기다.


과거엔 안 그랬는데… 2017년엔 '유쾌한 정숙씨'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의 '로우키 행보'는 나섰을 때의 '실'이 '득'보다 클 수 있다는 판에 따른 것이다. 유권자 혹은 언론에 노출됐다 실언을 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배우자가 '도움'이 되어야 나오는 건데, 지금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상정·안철수 배우자는 '활발 활동' 예고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배우자들은 활발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이승배씨는 15일부터 이틀 동안 심 후보 호남 유세 현장에 동행 중이다. 개별 일정도 적극적으로 소화할 것이라고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미경씨는 적극적인 참모형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이지만, 회복되면 안 후보 유세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신은별 기자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