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에 긴장하는 재계..."불확실성 가중"

입력
2022.02.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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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전자 등 현지 기업들 인력 철수
미국-러시아 제재 격돌할 경우 불확실성 커져
당장 국제유가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양국 내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우리나라 기업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기업들은 현지 인력을 긴급히 대피시키면서도 이번 사태가 심화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법인 및 지사를 두고 있는 우리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현대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타이어, 에코비스,오스템임플란트 등 10개사 내외다.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들 기업들은 현지 주재원 가족부터 먼저 귀환조치한 데 이어 직원까지 인근 국가나 국내로 이동시켰다. LG전자 관계자는 "판매지사 주재원들은 14일부로 국내로 돌아왔다"며 "아직 복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내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돌아올 여파는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천명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예기치 못한 유탄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공에 착수한다면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고 러시아에 신속하고 가혹한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 공장을, LG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루자에서 TV와 생활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 한 것처럼 미국산 부품에 대한 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수준의 제재를 할지 정해지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환율 리스크 커져...글로벌 공급망 악영향도 우려

흔들리는 유가에서부터 환율과 금리 등을 포함한 대외 변수도 사업상 불확실성의 주된 요인으로 다가온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상황에 따라 유럽 내 국내 업체들의 생산기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러시아가 네온, 팔라듐 등 원재료 수출 중단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테크세트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네온의 90%를 우크라이나에서, 팔라듐의 3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단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이제 조금씩 회복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또다시 불확실성을 맞게 됐다"며 "당장 우크라이나 사업 철수가 큰 피해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글로벌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