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 플랫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배달비와 중개수수료, 불투명한 라이더 급여 체계 등 플랫폼 업체의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업체가 배달비 급등의 주범임에도,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고소득 라이더에게 소비자들의 불만이 쏠리면서 제대로 된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 중개 플랫폼인 '배민1'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치킨 주문을 받았다. 고객이 지불한 총금액(매출액)은 1만9,500원. 그러나 해당 주문으로 6일 뒤 김씨에게 입금된 금액은 1만5,408원이었다.
중개 수수료 1,100원에 결제 수수료 492원, 고객과 나눠 지불한 배달비 2,500원(6,000원에서 1,000원 할인 프로모션이 적용된 5,000원의 절반)을 제한 결과였다. 김씨는 그 다음달에도 사흘간의 매출액 24만5,000원 가운데 4만9,607원이 빠진 19만5,393원만 입금받았다. 김씨가 치킨을 팔 때마다 매출액의 20% 가까운 돈이 수수료와 배달비 명목으로 플랫폼 업체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김씨는 "뜯기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배달 플랫폼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이용료는 크게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로 나뉜다. 각종 프로모션을 배제한 상태에서 김씨가 배달의민족을 이용한다면, 그는 주문금액의 12%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는 물론이고 기본 배달비 6,000원까지 플랫폼에 지불해야 한다. 배달비는 보통 소비자와 가맹점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날씨와 교통상황에 따라 늘어나기도 한다. 여기에 점주가 오롯이 부담하는 카드결제 수수료까지 제하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치킨 가격에서 점주가 가져가는 몫은 더욱 줄어든다.
최근엔 플랫폼 업체들의 할인 프로모션마저 종료되면서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은 단건 배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간 '중개 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 할인 프로모션 기간을 수십 차례 연장해 왔다. 그러나 계속된 출혈경쟁으로 적자가 이어지자 쿠팡이츠는 이달 초 서울 지역에 한해 프로모션을 중단했고, 배달의민족도 다음 달 22일부터 할인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새롭게 들고 온 요금제 개편안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맞춤형 요금제'의 후발 주자인 배달의민족은 기본형·절약형·통합형으로 요금제를 나눠 발표했다. 기본형은 중개 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 구성이다.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합쳐 받는 통합형 요금제의 경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통합 수수료가 소비자 가격의 27%에 달한다.
플랫폼 업체들은 프로모션 적용 전과 비교하면 기본형 수수료가 인하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오랜 기간 할인 행사로 점주들을 유치해놓고는 갑자기 수수료를 현실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금도 장사하면 플랫폼 업체 때문에 남는 게 없는데, 앞으론 어떻게 먹고살라는 거냐"며 "한계 상황에 몰려 소비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전가할 경우, 플랫폼 업체 대신 점주들만 비난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달비 1만 원 시대' '억대 연봉 라이더'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수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다는 극소수 라이더들의 사례가 일반화돼 이들의 고수익이 값비싼 배달비의 원흉이란 인식이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비가 분배되는 과정에서 라이더들은 철저히 소외돼있다는 입장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대형 플랫폼 업체들은 자신들만 아는 실시간 변동 알고리즘에 따라 라이더들에게 건당 급여를 지급한다"며 "배달비를 내는 소비자들은 라이더들과 단절돼 있어 급여 체계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체들이 걷는 중개료를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점주들은 배달비, 임대료에 중개료까지 더해져 3중고를 겪고 있어 중개료 상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학원생 신분으로 배달 일을 하고 있는 허모씨는 "가맹점주들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배달비를 맞추려면 플랫폼도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며 "배달 산업을 공공 영역으로 들여와 정부 지원금 투입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