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김혜경 등판 저울질...국민 눈높이부터 맞춰라

입력
2022.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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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력 대선후보 배우자들이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등판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비공식적으로 종교 지도자를 만났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는 공개 활동을 검토하다 취소했다. 각종 논란에 휘말려 비호감도가 높은 두 후보 부인의 등판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이 아직은 싸늘해서 공식 등판이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14일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비공개로 만났다. 김씨는 이어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문화ㆍ예술ㆍ종교분야 공개활동 검토 의사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대선 캠프는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는 15일 광주로 내려가 성당을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했다 사전에 언론에 보도되자 취소했다.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과한 뒤 한 달 넘게 두문불출하는 김건희씨나 과잉 의전 논란에 고개 숙인 김혜경씨가 서로 등판 시기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후보뿐 아니라 후보 배우자가 각종 의혹에 휘말려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대선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김건희씨의 경우 허위 이력에 대한 사과 이후에도 온라인 매체와의 부적절한 통화가 공개되면서 무속논란에 또다시 휘말렸다. 김혜경씨는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후보 배우자 리스크가 대선 이슈로 부상하자 영국 더 타임스는 '한국 대선 후보 부인들이 비호감 선거 대결에 말려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유권자들이 낙담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김혜경씨나 김건희씨 모두 화난 민심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판단해서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두 김씨 공히 사과 이후에도 추가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하게 등판을 결정하기보다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우선이다. 최대한 낮은 자세로 유권자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다면 후보보다 높은 비호감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