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포병, 사격 진지로” "크림반도 병력 철수 시작"...엇갈린 우크라 공격 신호

입력
2022.02.15 16:33
1면
美 CBS "러 장사정포 이동...주말 공격 가능성"
우크라 주재 美대사관 서부로 이동
벨라루스 미국인들 철수 권고... 
외교전도 동시 진행 中
러 "협상 가능성 남아"...나토 동진 중단 논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포병부대를 사격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등 침공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도 “러시아가 어떤 경고 없이 언제든 침공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을 서쪽으로 옮기고, 벨라루스에 있던 미국인에게 철수를 권고하는 등 전쟁 발발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공격 의사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남부 크림반도에선 일부 병력 철수도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고조 후 첫 긴장 완화 신호다. 고공 외교전도 이어지고 있어 위기 해소 반전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 CBS방송은 14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를 인용, 러시아가 일부 장사정포와 다연장로켓을 사격 위치로 이동시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러시아 부대들은 집결지를 떠나 ‘공격 준비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상전투 개시 시점이 되면 포병이 전방 사격진지로 이동하는데 러시아군 이동 역시 이런 상황으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지대, 남부 크림반도, 북부 벨라루스에 13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합동 군사훈련 등을 진행하면서 위협 강도를 높여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 행동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푸틴 대통령)가 경고 없이 움직이는 것도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침공 임박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던 미국대사관을 폴란드에 인접한 서부 르비브로 이전시켰다. 폴란드에 미 공군 F-15 전투기 8대를 추가 파견하는 등 군사력 보강도 잊지 않았다.

외교전도 숨 가쁘게 전개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았다.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미군과 나토군이 증파된 동유럽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도 방문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블링컨 장관 등은 18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다. 우크라이나 인근에 미국 외교안보 수뇌부가 총집결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로 우크라이나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14일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15일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중재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일까지 이어지는 벨라루스와의 군사훈련에다 포병 전진 배치 같은 군사 강공 카드와 함께 일부 병력을 철수시키면서 대화 여지도 내비치는 식이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성명에서 "(훈련) 임무를 완수한 남부군관구와 서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은 이미 열차와 차량에 (군사장비를) 싣기 시작했고 오늘 원래 주둔했던 병영으로 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4일 푸틴 대통령과 함께한 회의에서 “(협상은)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유보' 카드 등을 두고 미러 간 물밑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