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스키 영웅' 구아이링은 왜 中 네티즌을 화나게 했나

입력
2022.02.15 11:00
中, 인터넷 통제 '만리방화벽'에  VPN 불법
스키 영웅 구아이링 인스타그램 사용 놓고
네티즌 "불공평, 중국인 위해 목소리 내달라"
구아이링 "VPN 무료, 앱 다운받아 쓰면 돼"


중국이 꼽는 베이징올림픽 최고 스타는 단연 스키선수 구아이링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해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에서 금메달을 땄다. 실력과 출중한 외모를 겸비한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중국 대륙이 열광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험악한 상황에서 중국이 승리를 거둔 듯한 상징성도 지녔다. 심지어 “차제에 중국도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처럼 ‘잘나가던’ 스키 영웅이 구설에 올랐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이다. 중국 여론은 “중국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혀를 차고 있다.

발단은 인스타그램 댓글이었다. 구아이링이 베이징에서 올림픽 기간 자유롭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자 한 네티즌이 “왜 당신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있고 중국 본토의 수백만 주민들은 사용하지 못하나. 왜 당신은 중국 시민으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나. 이건 불공평하다. 인터넷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백만의 중국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구아이링은 “누구든 VPN(가상사설망)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앱 스토어에서 무료다”라고 적었다. 글 말미에 엄지척도 붙였다. 중국의 상황을 조롱하며 악의로 답글을 달았다기보단 천진난만하게 응대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VPN은 불법이다. 중국은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인터넷 검열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공식적으로는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지메일,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VPN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강대국이라 자부하고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세계와 연결되는 기본수단인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불법 접속이 만연하자 중국은 더 강력히 옥죄면서 ‘나홀로’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해 11월 ‘네트워크 데이터 안보관리 규정’ 초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경을 넘어 데이터 안보 관문을 우회할 경우 해당 서비스로 얻은 이익의 10배 이하나 최대 50만 위안(9,400만 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른 채 구아이링은 “VPN을 사용하면 된다”고 답을 올린 것이다. 논란이 일자 그의 글은 중국 SNS 웨이보에서 검열에 걸려 사라졌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4일(현지시간) “구아이링이 미국인으로서 18년간 누려온 권리와 자유가 중국인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며 “그가 중국에서 유명 스타이지만 만약 다른 시민들과 같은 규칙 아래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과시한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