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패션업계 '실적 잔치'…수입패션·고가 브랜드가 효자

입력
2022.02.14 18:30
한섬·신세계인터·삼성물산·LF 실적 상승
코로나19 여전한데 지난해 일제히 회복
프리미엄 정책·온라인 사업 강화…기저효과도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고전했던 패션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지난해 수입패션 판매 확대 등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온라인 역량을 키워 실적을 회복하면서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 의류 소비가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해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비싸야 산다' 고가 정책 통했다

1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신명품과 고가 정책을 강화한 주요 패션기업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성적을 올렸다. 한섬은 '노 세일' 원칙을 앞세운 고가 전략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16% 오른 1조3,874억 원, 영업이익은 49.1% 불어난 1,522억 원을 기록했다. 타임, 랑방컬렉션, 시스템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고품질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수입패션과 수입화장품 매출이 20% 이상 증가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5%, 172.4% 뛰었다. 삼성물산패션은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신명품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매출이 14.4%, 영업이익이 377.8% 늘었다. LF의 경우 MZ세대 유입으로 대중화한 골프웨어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해 영업이익을 106.1% 키웠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위드코로나'를 기점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난 것이 실적 상승의 밑바탕이 됐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으로 외출이 차츰 늘면서 의류 소비가 다시 증가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처럼 패션에도 '보복소비' 트렌드가 형성돼 수입패션 판권 계약을 확대하고, 자체 브랜드도 고가 라인을 강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을 활성화한 전략도 효과를 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는 병행수입이 아닌 정식판권을 통해 수입한 정품만 다뤄 신뢰도를 높이면서 론칭 5년 만에 거래액이 86배 증가했다. 올해는 온라인몰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신규 브랜드를 도입하고 대규모 리뉴얼도 단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30% 증가한 한섬의 경우 500억 원을 들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사태 초기 때만큼 외부활동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온라인 사업 위주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에게 온라인 구매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반품 절차와 사이즈 기준도 평준화하면서 의류도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저효과와 여전한 코로나19 변수로 공격적인 행보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올해도 온라인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