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4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처음으로 참배했다. 이후 국민통합 정부 구성을 약속하며 집권 시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15일)을 하루 앞두고 중도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외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가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묘역 등을 찾은 이유에 대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5년 전 (대선) 경선 당시 내 양심상 그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도 "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고 답했다.
2017년 1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현충원을 찾았던 이 후보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 매국세력의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후 이 후보는 서울 명동 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명동을 위기 극복 메시지를 발신하는 장소로 택한 것이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제1공약을 코로나19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선정했다.
이 후보는 "정치 교체와 국민 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연합해 국민 내각으로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국민통합 정부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에 도움이 된다면 필요한 만큼의 임기 단축을 수용하겠다"며 임기 내 개헌 추진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정권 교체' 구도에 맞서는 동시에 다른 후보들과 단일화 내지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최근 들어 '정치 교체'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대선 10대 공약 중 2호 공약인 '신경제' 구상을 설명했다. 이 후보는 기업 임원이나 국회의원 임금을 최저임금의 일정비율 이하로 묶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살찐 고양이법' 공약에 대해 "결국 '삼성전자 몰락법', 중국이 좋아할 '시진핑 미소법' 아니냐"며 "(임원) 보수를 제한하면 유능한 경영인재들이 보수를 많이 주는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를 두고 '친노동 좌파'라고 하지만 최고경영자들께서는 '이재명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며 '친기업' '경제 대통령' 이미지 강조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