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지난해 개선된 시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수확했다. 특히 영업이익에선 국내 기업 가운데 4번째로 많은 성적표를 가져오면서 지난 9년간 누적된 손실까지 단숨에 만회했다.
14일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매출은 13조7,941억 원, 영업이익은 7조3,775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15%와 652%씩 증가한 규모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경우,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했거나 예정된 상장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에 이어진 4위 기록이다. 지난해 6조6,789억 원의 영업이익을 가져간 현대자동차도 밀어낸 셈이다. 지난해 HMM의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4,196% 급증한 5조3,262억 원에 달했다.
HMM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 항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아시아에서 미주 노선은 물론 유럽이나 기타 지역 등을 포함한 전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면서 지난해에 이 같은 실적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4분기는 전통적으로 컨테이너부문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아시아~미주 노선의 물동량이 증가했고, 연말과 블랙프라이데이, 올해 춘절에 대비한 밀어내기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SCFI)가 2020년 12월 말 기준 2,129포인트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5,046포인트로 급상승한 부분도 주효했다.
HMM은 지난 2010년 6,0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이후 글로벌 해운경기 장기 불황으로 인해 9년간 적자에 시달렸다. HMM의 9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약 3조8,401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2020년 2만4,000TEU(20ft 컨테이너)급 초대형 선박 12척을 투입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물동량이 급증하고 운임까지 상승, 2020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9,808억 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9년 간 지속된 적자 행진에서도 벗어났다. 이어 지난해에도 미국 항만의 지속된 적체로 해운 운임 등은 꾸준하게 상승했고 HMM도 '깜짝실적'을 가져갔다. HMM 관계자는 "자사의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에 더해,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을 투입한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