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금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종합적 지원정책을 마련한다. 지난해 대구의 22세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 방치, 숨지게 한 사건이 계기였다.
어릴 때부터 생계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 시달리다 보니 문제상황에 부닥쳤을 때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방치되는 걸 막자는 취지다. 우선 행정사·변호사와 연결시켜주는 시범사업부터 시작한 뒤, 단계적인 실태 조사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관련 지원 법률 제정까지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열린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확정 지었다. 대구 사건 이후 지난해 9월부터 관련 정책을 검토해온 끝에 다음 달부터 현황 조사와 법제화 논의를 시작하고, 5월부터는 시범사업도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현황 조사부터 한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물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청년센터, 병원 등 기존 시스템을 통해 만 34세까지 지원 대상자를 발굴한다. 이들에겐 △돌봄지원(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생계지원(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 급여 등) △의료지원(의료급여 및 건강보험 본인부담경감 등) △학습지원(교육급여, 대학생 튜터링 사업 등) 등 기존 지원제도를 적극 연결해준다.
이수완 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청년들이 돌봄 문제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생애 전반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릴 적부터 생계 걱정이 일상이다 보니 정작 청년들 중 이런 제도가 있는 지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24세 초기청년 가운데 82%는 청년정책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5월부터 서울 서대문구에서 '마을 행정사·변호사 연계 사업'이 도입된다.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어른이 없다보니 정보 수집, 서류 작성, 행정 처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역 행정사와 변호사를 가족 돌봄 청년과 1대 1로 연결해 행정기관 서류 제출부터 각종 행정·법률 업무 전반에 대해 지원한다.
또 이들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자기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아니더라도,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돌봄 대상자가 65세 미만) 및 지원 시간이 월 40시간으로 확대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특례 지원(돌봄 대상자가 65세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지자체, 병원, 학교를 연계한 공적 안전망 구축이고,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가족에 대한 돌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