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매출이 증가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고용 대신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성장과 고용 간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기준 매출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고용증가율(민감도)은 0.2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2016년 같은 기준에서 고용증가율이 0.31%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0.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이는 성장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정도가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50인 이상의 기업 4만1,467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고용 없는 성장’ 추세는 300인 미만 서비스업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인 미만 서비스업의 매출 증가에 따른 고용민감도는 2014~2016년 0.28%포인트에서 2017~2019년 0.13%포인트로 반토막이 났다. 숙박음식·정보통신 등 서비스업은 경쟁 심화로 인해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약화되면서 추가 고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매출이 대폭 증가한 기업일수록 고용을 더 늘리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증가율 상위 16% 이상(정규분포 가정) 기업의 고용민감도는 0.23%포인트로, 나머지 소폭 증가한 기업(0.30%포인트) 대비 0.07%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가 큰 제조업 등이 매출 증가에 따라 채용 대신 기계장치 투자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 상황도 비슷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고용창출보다는 구조조정·인력감축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은 고용창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규모 서비스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신생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창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