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안치환이 스스로 풍자곡이라고 발표한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 논란이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를 겨냥한 노래다. 가사의 각운 ‘거니’는 건희를 음차한 것이고, 앨범 재킷의 그림은 김건희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가사는 이렇다. “왜 그러는 거니 / 뭘 꿈꾸는 거니 / 바랠 걸 바래야지 대체 / 정신 없는 거니 / (중략) /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 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 / 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
이 노래에 대해 진보 매체 오마이뉴스는 풍자가 아닌 여성 혐오와 조롱만이 담겨있으며 “업그레이드에 실패한 기성 세대의 미적 파산”이라고 비판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건 미학적 실패가 아니라 파산이며, 완전히 시대착오적 노래다. 게다가 김건희 외모를 비하하기 위해 마이클 잭슨까지 동원했다. 성형 후유증으로 고통받았던 마이클 잭슨을 조롱의 맥락에 끌어와 그의 불행을 희화화하고 있다. 그리고 김건희가 성형을 했건 안 했건 인간의 외모에 대해 함부로 품평하는 건 무례한 짓이다. “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라는 대목에선 ‘룸살롱 풍문’을 다시 끌어오고자 하는 의도도 읽힌다.
풍자의 ‘자’는 찌른다는 뜻이다. 이 노래는 뭘 찌르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래서 하나도 아프지 않다. 김건희는 유력 대선 주자의 최측근이니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건희가 비판받을 대목은 많다. 일련의 허위 이력 파문에 대해선 제대로 반성한 바가 없고, 주가 조작 혐의는 수사 중이다. 방송에서 공개된 전화 녹취록에선 비뚤어진 권력관을 보여주었다. 풍자를 하려면 이런 것들을 겨눠야 했다. ‘업그레이드에 실패한 기성 세대’는 안치환만이 아니다. 정청래 의원도 이 노래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슬그머니 내렸다. 일전에 나는 이 지면에서 같은 이유로 김건희를 조롱한 민중가수 백자의 노래 ‘나이스 쥴리’(2021년 8월 17일 자 '나이스 쥴리'라는 노래의 폭력)를 비판한 적이 있다.
황당한 건 국민의힘 반응이다. 이 노래가 “외모 비하와 여성 혐오 범벅이며, 풍자가 아닌 질 낮은 조롱이다”고 공식 논평을 냈다. 이어 “여성을 인격적으로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다분히 여성 혐오적이며, 시대를 퇴행하는 저급한 인식”이라고 근엄하게 꾸짖었다. 맞는 말이지만 여성 혐오를 노골적 정치 자산으로 삼고 있는 당이 할 말은 아니다. 벌써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까마득히 잊은 모양이다. 이 사회에 여성 혐오의 브레이크를 없앤 당이 어디였던가.
자신들의 대선 주자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으며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시대착오적 얘기를 당당하게 한 게 엊그제다. 또 성평등 공약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당대표는 이를 자랑하듯 SNS에 올렸다. 지금 국민의힘이 안치환을 비판하는 준거는 여성 혐오다. 이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개선하기 위해 힘써온 곳이 바로 여성가족부다. 국민의힘이 없애겠다고 한 그곳 말이다.
공론장에 입장할 자격도 안 되는 남초 사이트의 이야기들에 도덕적 면죄부를 주고, 성별 갈라치기와 백래시로 이대남을 전술적으로 동원한 당이, 근엄한 표정으로 안치환을 비판하는 건 코미디다. 국민의힘이 안티 페미로 질주할 때, 함구하던 보수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안치환 노래의 여성 혐오 논란을 재빠르게 전하고 있다. 당신들 모두 이 선택적 페미니즘이 민망하지 않은가. 안치환을 비난하기 전에 분열증적인 자신들부터 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