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접자 130만 명 '로스트아크' 신드롬…또 다시 재현된 '게임 한류'

입력
2022.0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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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이어 역대 동접자 2위 기록
2018년 국내 성공 이후 게임 완성도 높여

스마일게이트의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로스트아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시장 출시 이틀 만에 동시접속자(동접자) 수 130만 명을 돌파, 세계 최대 게임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역대 동접자 순위 2위까지 올라섰다. 지난 2017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K게임' 열풍이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14일 스팀에 따르면 지난 11일 북미와 유럽, 남미,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로스트아크의 최고 동접자는 지난 13일 오전 6시 기준 132만5,305명으로 집계됐다. 배틀그라운드가 2017년 12월 기록한 325만 명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131만 명), 도타2(130만 명), 사이버펑크2077(105만 명) 등을 포함해 이미 세계 시장에서 히트작으로 올라선 작품들도 모두 밀어냈다.

출시 전 판매된 미리 체험해보기(얼리 액세스) 버전은 누적 판매량 150만 장을 돌파했고, 글로벌 방송플랫폼 트위치에선 로스트아크 방송 시청자 수가 127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동시에 이용자가 대거 몰리면서 유럽 등 지역에선 긴 대기열과 함께 서버 과부하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선 "이런 게임을 기다렸다"는 칭찬 일색과 함께 "입장 대기자가 2만 명이 넘는다" "4시간을 기다렸는데도 게임을 못 하고 있다" 등의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시행착오 끝에 국내에서 완성도 높인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의 성공 비결로는 우선 게임의 완성도가 꼽힌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의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RPG가 지난 2018년 출시한 쿼터뷰 방식의 MMORPG다. 이 대작이 출시되기까진 7년 이상이 필요했고 1,0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스마일게이트는 초기 성공 이후 국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수년간 글로벌 시장 출시를 준비해왔다.

특히 로스트아크는 게임 개발을 총괄한 금강선 디렉터를 중심으로 게이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함께 설계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게임은 책이나 영화 같은 일회성 콘텐츠와 달리 지속적 업데이트가 필요한 실시간 양방향 콘텐츠다. 출시 이후에도 이용자들의 피드백 반영은 필수다. 정기적인 간담회에서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 호응이 낮은 시스템은 삭제하고 실수에 대해선 즉각 사과하면서 게이머들과 친화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했다.

지난해 유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휩싸여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과 트럭 시위로 도마에 올랐을 당시에도 스마일게이트는 예외였다. 지난해엔 12월 전체 매출의 17%를 책임진 유료 아이템 수익 포기까지 선언하자, 스마일게이트 사회공헌재단에 이용자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게이머들이 돈을 모아 지하철 판교역 통로에 '고마워요 로스트아크'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통에 인색했던 다른 게임사들도 스마일게이트의 성공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대작 MMORPG에 목말랐던 해외 게이머들

국내에서의 입소문은 해외 흥행의 주춧돌이 됐다. 실제로 로스트아크는 지난해 6월과 11월 진행된 두 차례의 해외 비공개 시범테스트(CBT)에서 해외 게이머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용자의 95% 이상이 게임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고, CBT에서도 8만8,000여 명의 동접자를 끌어모았다.

로스트아크가 신작 MMORPG에 목말랐던 해외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이후 이렇다 할 대작 MMORPG가 없는 상황에서, 서구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국내 MMORPG가 로스트아크로 날개를 활짝 폈다는 분석이다. 대형 유통사인 아마존이 로스트아크의 유통을 맡게 된 것도 흥행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 게임의 잇따른 성공 원인으로 10억 명 이상의 게이머를 보유한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전에는 중소개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팀으로 출시한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 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개발사로 발돋움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최근 해외 개발사 인수·합병(M&A)에 힘을 싣고, 게임 개발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돈 버는 게임(P2E)에 눈을 돌리지 않고, 게임 개발에만 집중한 스마일게이트의 뚝심이 통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P2E보다 게임사의 본질인 좋은 게임을 선보이고 IP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스트아크와 크로스파이어X의 글로벌 서비스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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