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 위기에 직면하고서도 서방의 대러 협상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48시간 이내에 만나 협상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고한 16일이 다가오면서 유럽 각국도 분주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의) 군대 증강에 대해 설명하라는 공식요청을 무시해왔다”며 “다음 단계로, 48시간 이내에 러시아의 군사 계획의 투명성을 논의하는 만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쿨레바 장관은 다자간 협의체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긴급 회의 소집도 요청했다. OSCE는 1975년 핀란드 헬싱키 정상회의에서 창설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전신으로, 1995년 상설기구화했다. 러시아 등 옛 소련 국가와 나토 회원국 등 57개국이 참여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추진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국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 최근 13만여 명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계속 부인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습 개시일까지 거론되는 등 위기가 최고조로 향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어떻게든 러시아와 마주 앉을 기회를 마련하려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국방부 장관이 휴가에서 조기 복귀하고 러시아를 향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악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의 우려 때문에 가족과 예정했던 긴 주말연휴 해외 휴가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침략을 결정하면 러시아 국경에 나토 군 배치 증가와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목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적 해결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4, 1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잇따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숄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유럽의 평화를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를 향해 강한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는 유럽 국가들이지만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무기 요청을 거부하고 있으며 겨우 방탄모 등 비살상 무기와 야전병원 등 물자 공급만 검토하고 있다. 앞서 7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숄츠 총리가 러시아 제재 수단으로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 공급망인 ‘노르트 스트림-2’ 가동 중단을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명시적인 언급을 피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독일 소식통을 인용해 숄츠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유예를 놓고 러시아와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쟁을 끝내기 위한 ‘민스크 협정’ 이행 강화를 집중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