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카밀라 발리예바(16ㆍ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 행위 적발에도 불구하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ㆍ세계반도핑기구(WADA)ㆍ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공동으로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탈리아ㆍ미국ㆍ슬로베니아 법률가로 구성된 3명의 CAS 청문위원들은 13일 오후 9시부터 6시간 동안 화상 청문회를 열고 △발리예바 측 △IOC △WADA △ISU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 6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결정에선 발리예바에 대한 징계는 다루지 않고 여자 싱글 경기 출전 여부만 결정했다.
CAS는 “스포츠 공정, 과잉 조처 금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등을 고려했다”면서 “발리예바가 올림픽 기간에 한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그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도핑 양성반응 통보가 너무 늦었다는 점도 들었다.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발리예바의 검사 결과는 WADA 실험실(스웨덴 스톡홀름)을 거쳐 채집 후 6주나 흘러간 지난 8일에야 RUSADA에 통보됐다. 올림픽 기간에 양성 사실이 통보되면서 발리예바는 자신을 방어할 법적 대응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 보호선수에 해당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발리예바는 오는 4월에야 만 16세가 되는데, 16세 이하 선수의 도핑 위반 사실을 공개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ADA는 정보공개 보호대상자의 나이를 △만 16세 이하 △만 18세 이하 등으로 구분해 도핑 위반자의 신상을 보호하고 있다.
한편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트리메타지딘 양성반응이 나왔다. 협심증 치료제지만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ADA는 2014년 이를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그런데 RUSADA는 발리예바의 선수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가 돌연 이를 철회했다. 이에 IOC 등은 RUSADA의 결정에 반발해 CAS에 제소했다.
CAS의 이번 결정으로 발리예바는 예정대로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15일 쇼트프로그램이, 17일엔 프리스케이팅이 진행된다. 다만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에서 메달을 따도 시상식은 열리지 않는다. IOC는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메달권에 입상하면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도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14일 발표했다.
CAS의 이번 결정에 '피겨 여왕' 김연아도 불만을 나타냈다. 김연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은색 사진과 함께 “도핑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서 경쟁할 수 없다”며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적었다.
일부 선수 및 선수단 또한 동요하는 분위기다. 피겨 국가대표 김예림은 “대다수 선수는 이 일에 관해 안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올림픽ㆍ패럴림픽위원회 사라 허시랜드 위원장도 “이번 판결은 선수들이 평등한 경기장에서 경쟁할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클린스포츠를 무시하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행태”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