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쾌속 질주였다. '이상화의 후계자' 김민선(23)은 13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7위로 마친 뒤 한동안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밀라노 동계올림픽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웃어 보였다.
김민선은 이날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여자 500m 경기에서 37초60을 기록했다. 4년 전인 평창 대회(38초534·16위)보다 0.934초 빠른 기록이다.
경기 후 김민선은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평창 대회를 끝내고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상이 올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런 시간들을 잘 이겨낸 것 같아서,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조금 눈물이 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민선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을 일주일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진통제를 맞은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그는 "만족하는, 후회 남지 않는 시합을 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100%는 아니지만 제가 목표했던 것과 비슷하게 그래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한 것 같아서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0조 아웃코스에서 일본의 고 아리사와 레이스를 한 김민선은 100m 구간을 10초43의 빠른 기록으로 통과했다. 김민선은 "100m를 달리고 코치님이 기록을 보여줬을 때 '아 좋다!' 하면서 경기를 했다. 400m 구간에서 아쉬운 게 있어서 전체 결과에서 100% 만족하는 기록이 나온진 못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김민선은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면서 집중한 게 100m 구간의 기록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 부분을 잘 준비했다고 느껴진다"며 "스타트 부분이 어느 정도 보완된 것 같아서 400m 부분을 조금씩 고쳐나가면 톱 레벨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각오도 다졌다. 김민선은 "평창 대회 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 시합은 아쉬움보단 제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시합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4년을 다시 잘 준비해서 밀라노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스스로에게 조금 생긴 경기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민선은 '이상화 후계자'라는 별명이 부담스럽지는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빨리 상화 언니처럼 메달을 따고 싶을 뿐"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화가 베이징에 입성한 김민선에게 특별히 전수한 것으로 전해진 팁에 대해선 "레디 자세에서 어떻게 하면 첫발을 좀 더 빨리 뛰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며 "상화 언니가 팁을 주면 항상 저에게 맞게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주 종목인 500m에서 7위를 기록한 김민선은 이제 17일 1,000m에서 개인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김민선은 "오늘 경기의 피로를 풀고 쉬었다가 다시 준비하겠다. 1,000m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500m 금메달은 미국의 에린 잭슨(37초04)에게 돌아갔다. 은메달은 다카기 미호(37초12·일본), 동메달은 안겔리나 골리코바(37초21·러시아)가 각각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