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권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조그마한 것이라도 침소봉대해서 민주당을 완전히 궤멸시켜버리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정치집단이 미래를 과연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윤 후보에게 연일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우는 배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 여권 결집과 중도층 흡수를 노리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제주도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국민의힘이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 보복해서 그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일을 기억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촛불집회도 처벌당하고, 한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숨어들어 유인물을 만들어 뿌려야 하는 그런 비민주적인 국가, 폭압정치의 나라, 공안정치의 나라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제주 4∙3 평화공원 위령탑을 참배한 뒤에도 "참혹한 보복의 현장에서 다시 보복을 생각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제 다시는 이 나라에서 정치적 욕망과 사적 이익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수의 난'을 소재로 한 소설 '변방의 우짖는 새'를 거론하며 "소설에 까마귀가 많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령탑 근처에 갔더니 까마귀 한 마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령탑 방명록에는 "보복의 낡은 시대를 넘어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전날 천안∙세종 등에서의 즉흥연설에서도 "(검찰이) 평범한 시민으로 살겠다는 노 전 대통령을 굳이 끌어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똑같은 후회를 두 번씩 반복할 것이냐"고도 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윤 후보 발언을 계속 조준하는 건 '표'가 된다고 판단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외침은 여권 지지층 내 '친문재인·반이재명' 유권자에게 소구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정치 보복에 대한 거부감이 큰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다. 우상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이날 "윤 후보의 정치 보복 발언을 기점으로 이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로 반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 보복' 발언에 대한 지나친 공세가 정권교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선대위에선 '박빙 열세'로 판단하는 판세를 흔들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에 이 후보는 "저는 정치 보복, 그런 것은 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며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