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년여 만에 주한 미국대사가 공식 지명됐다. 아시아와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대사를 지낸 국무부 고위급 외교관 필립 골드버그 콜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예상대로 낙점됐다. 다만 미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해야 해 오는 5월 한국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에나 부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골드버그 대사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미국 보스턴 출신인 골드버그 지명자는 보스턴대를 졸업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09~2010년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지냈다. 특히 2009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실무 조율 역할도 맡았다. 이 때문에 대북강경파라는 평가가 나왔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또 2018년 경력대사로 승진했고 쿠바, 칠레, 필리핀,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에서 대사 혹은 대사대행을 역임했다. 2011년 한국에 부임했던 성 김 전 대사 이후 첫 직업외교관 출신 주한미국대사다.
그가 주재국 대사를 지낼 당시에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미국과 껄끄러운 사이였다. 직업외교관으로서 미 국무부 본부의 지침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일 수 있으나 주재국과의 원만한 외교관계보다는 원칙론자에 가까운 스타일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차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골드버그 대사 지명자를 두고 “지금껏 몇십 명밖에 안 되는 경력대사 타이틀을 가진, 상당히 존경받는 외교관”이라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그를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상원 청문위원회를 거쳐 상원 인준투표에서 가결돼야 정식 대사로 취임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일본과 중국 주재 미국대사도 지명부터 정식 취임까지 6개월 안팎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