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이익 극대화 뒤엔 '몸값 올려 되파는' 사모펀드가 있다

입력
2022.02.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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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공화국의 속살]
사모펀드 인수 후 이익 극대화 bhc 몸값 '껑충'
재매각 3차례… 조세피난처에 지배회사 설립도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비현실적인' 30%대 영업이익률을 고수하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bhc 본사의 사모펀드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hc는 2013년 글로벌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부터 현재까지 ①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한 뒤 ②회사를 되팔아 ③투자 수익을 챙기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경영 전략이 ‘자칫 가맹점을 말려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사업 구조’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기본적으로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물품 거래를 토대로 굴러가기 때문에, 본사 수익이 극대화되면 그만큼 가맹점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가 지나치게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가맹점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세피난처에 최상위 지배 기업 포진

14일 학계와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bhc는 2013년 외국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단기 이익 극대화→몸값 올리기→재매각’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18배 이상 치솟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당시 CVCI)은 2013년 5월 bhc를 1,130억 원에 인수했다. 로하틴그룹은 해외에 FSG(프랜차이즈서비스글로벌리미티드)를 설립해 bhc 지분 100%를 인수했고, 국내에는 FSG의 종속기업인 FSA(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를 만들어 bhc를 운영했다.

FSG가 FSA를 통해 bhc를 지배했던 2014~2016년 bhc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2014년 12.5%였던 bhc 영업이익률은 2016년 22.6%로 껑충 뛰었다. 3년 만에 이익률이 2배가 된 셈이다. 당시 bhc의 경쟁 3사(교촌·BBQ·굽네) 영업이익률이 6~8.7%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로 평가된다. 로하틴그룹은 bhc 인수 4년 만에 인수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bhc 안팎의 금융거래 과정이 꽁꽁 숨겨져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bhc의 실질적인 지배회사인 FSG는 2013년 5월 대표적 해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몰타(Malta)에 설립됐다. 업계 관계자는 “몰타는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불투명한 자금거래의 온상이 되는 곳”이라며 “당시 bhc가 지배기업인 FSG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재무적으로 건실하게 성장한 것인지, 포장만 잘 돼있고 속은 비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bhc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직후인 2014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는 외부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배당금으로 얼마가 나갔는지, 원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가려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bhc가 이 시점에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사업 구조를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계속되는 매각과 인수로 몸집 불리기

bhc는 이후에도 '매각→인수' 과정을 반복하며 영업이익률을 갱신 중이다. 2018년 11월 bhc는 로하틴그룹을 떠나 '박현종 컨소시엄펀드'(박현종, 엘리베이션 에쿼티파트너스 펀드, MBK파트너스 등)에 인수됐다.

2018년 매각 당시 bhc의 기업가치는 6,8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로하틴그룹은 인수 5년 만에 원금의 5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낸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년 뒤인 2020년 12월, 글로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SSF(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통해 bhc 그룹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bhc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1,130억 원(2013년)에서 6,800억 원(2018년)으로 늘렸고, 2020년 1조8,000억 원(외부기관이 평가한 금액)으로 다시 늘렸다. bhc는 지난해 11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까지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bhc를 포함해 미스터피자와 놀부 등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사모펀드에 속속 인수되면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수익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며 “그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의 고혈을 착취하고, 외식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온갖 불공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할 경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모펀드가 들어오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화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모펀드는 보통 5년 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이익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이익을 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유통마진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