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규, 두 대회 연속 은메달 쾌거... 깜짝 메달서 한국 빙속 전설로

입력
2022.02.12 19:22


4년 전 은메달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차민규(29)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두 개 대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역사가 됐다.

차민규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를 기록, 올림픽 기록을 세운 중국의 가오팅위(34초32)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건 차민규는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34초 50의 모리시게 와타루(일본)가 가져갔다. 김준호(27)는 34초 54를 기록해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웃 코스에서 시작한 차민규는 이날 초반 100m를 9초 64에 끊었다. 이때까지 달린 선수 가운데 가오팅위의 9초 42 다음으로 빠른 기록이었다. 마레크 카니아(폴란드)와 함께 달린 차민규는 이후 남은 400m 구간을 24초 75에 마쳐 500m 합계 34초 39를 기록했다. 자신의 개인 기록 34초 03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올림픽 2개 대회 은메달의 값진 성과를 냈다.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2번째 메달이자 한국 선수단 전체 4번째 메달이다.


차민규는 2021-22시즌 네 차례 월드컵에서 한 번도 5위 안에 들지 못하는 등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큰 무대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는 2018년 평창에서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은메달로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1위 선수와 차이는 겨우 0.01초 차이였다. 이번에도 1위 가오팅위와 격차는 0.07초에 불과했다. 홈 이점이 컸던 중국 선수의 예상 외 레이스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금메달이 가능했던 좋은 기록이다.

쇼트트랙 선수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차민규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오른 발목 부상을 당해 선수 생명까지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노력했고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7년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차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던 차민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꽃을 피웠다.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차민규는 올림픽 데뷔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금메달을 차지한 하바드 로렌첸(노르웨이)과 단 0.01초 차이에 불과했다. 2010 밴쿠버 대회에서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8년 만에 나온 값진 메달이었다.


올림픽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차민규는 더욱 성장했다. 2019년 3월 월드컵 파이널에서 한국기록(34초03)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으로 올라섰다.

이후 코로나19 여파, 스케이팅 셋팅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차민규는 포기하지 않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했다.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온 차민규는 올림픽에서 다시 비상했다.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차민규는 힘찬 스타트,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질주로 2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는 한국 빙속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다. 2006 토리노 대회에서 이강석(동메달)을 시작으로 2010 밴쿠버 대회에서는 모태범이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이강석, 모태범의 배턴을 차민규가 이어받았다. 차민규는 두 선수도 해내지 못한 올림픽 2연속 메달에 성공,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