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면 혈당 측정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ㆍ최근 3개월간 평균 혈당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공동 제1저자 김원석 전문의ㆍ최용훈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당 변화를 최장 5년간 추적 관찰해 헬리코박터균 음성 환자와 비제균 환자군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증, 소화성 궤양, 악성 위점막 림프종 등을 일으키고, 특히 암으로 되기 쉬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ㆍ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것) 발생에 영향을 미쳐 위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
헬리코박터균은 서식지인 위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온몸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산ㆍ분비를 촉진해 대사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면역 물질로 세포 증식, 분화, 사멸, 상처 치료 등에 관여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치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혈당 조절이 개선됐다.
같은 기간 헬리코박터균 음성 환자군이나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했다. 이런 집단 간 차이는 연구에서 제시한 최대 기간인 5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제균 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집단이 ‘65세 미만’과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65세 이상에선 헬리코박터균 이외에 노화로 인한 고혈압ㆍ당뇨병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비롯해 위암과 대사증후군에 취약하기에 제균 치료 이점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위장 병변을 예방하고 위암 수술 후 사망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 이번 연구로 장기간 혈당 장애가 개선되는 이점을 추가적으로 규명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65세 미만의 대사 질환이 있는 남성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 간 연관성을 규명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 ‘더 코리안 저널 오브 인터널 메디슨(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