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강추위가 대회 중반을 넘어서는 올림픽의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4일 개막한 2022 베이징올림픽의 설상 종목이 진행되는 베이징 북서부 옌칭과 장자커우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들 경기장의 수은주는 밤에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며 칼바람까지 더해져 체감 온도가 영하 25도에 육박한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현지 날씨를 "칼로 피부를 뚫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추위에 단련된 북유럽의 스웨덴 선수들조차 마비시킨 온도였다. 지난 5일 장자커우 국립 크로스센터에서 스키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스키애슬론 경기가 열릴 당시 온도는 영하 13도였는데 체감 온도는 무려 영하 24도였다. 스웨덴 대표팀 프리다 칼손은 레이스를 마친 뒤 실신 직전의 상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스웨덴 감독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경기 시간을 앞당겨 달라고 대회 주최 측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 100% '인공 눈'으로 대회를 치르던 베이징에 주말 폭설을 동반한 강추위가 예보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11일 "12일과 13일 베이징과 허베이성 지역에 강추위가 예상된다. 특히 13일에는 많은 양의 눈까지 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극한의 기상조건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실내에서 경기를 치르는 빙상 선수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쇼트트랙 첫날부터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했던 문제의 빙질이다. 한국 선수만 해도 박장혁과 최민정이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 꿈을 접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빙질 관리 능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번 대회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모두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치른다.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한 피겨의 빙면 온도는 영하 4도, 얼음이 단단해야 하는 쇼트트랙은 영하 7도 정도로 맞춘다. 최용구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에 따르면 피겨 경기 뒤 급하게 온도를 바꾸는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 9일부터는 피겨와 쇼트트랙이 하루 건너씩 열리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 모양새다. 이날은 넘어지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고, 황대헌이 첫 금메달을 땄다. 메달도 좋지만 악조건 속에 부상 없는 대회 마무리가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