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에 따른 시장 교란이 계속되자, 정부가 판매처를 약국과 편의점으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신속항원검사 시행 이후 수요 급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열흘간 시장 안정화에 실패한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해 애꿎은 국민만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3일부터 자가검사키트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다. 국민들은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재고가 있다면 16일까지는 남은 키트를 온라인에서 판매해도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일괄 금지된다.
이는 과열된 자가검사키트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다. PCR 검사가 고위험군에게 한정되면서 일반인은 신속항원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자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해도 추운 날씨에 장시간 대기하는 것보다 자가검사키트를 직접 구매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사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 때처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구매를 부추겼다. 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항원검사를 일반인이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의료기기다.
결국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자가검사키트 가격은 2~3배가량 치솟았고, 비용은 국민이 떠안았다. 식약처가 비상식적으로 비싸게 팔고 있는 일부 판매 사이트를 차단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20대 이모씨는 "설 전에 키트를 10개 구매했는데, 제조사가 공급이 어렵다고 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선별진료소 줄도 길어서 3,000원 정도 비싼 다른 사이트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샀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16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고가격제 도입 △대포장 생산 후 소분판매 방침 등을 운만 띄운 채 "면밀히 모니터링 중" "검토 중"이란 설명만 반복했다. 언제부터 시행할 건지, 최고 가격이나 소분판매 가격은 얼마인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남희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키트수급대응 범부처 TF(태스크포스)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도 온라인에서는 구매 행렬이 이어지며 가격이 뛰었다.
정부는 공급엔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월 2주 차에는 1,500만 명분, 3~4주 차에 7,080만 명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3월에는 총 1억9,000만 개가 풀린다. 이 과장은 "전체 물량이 부족하지 않고, 특히 공적 영역(선별진료소, 호흡기전담클리닉) 공급은 안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확진 증가에 따라 검사 수요는 더 늘 걸로 예상된다. 더구나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는 증상이 있을 때 반복적으로 검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정부는 21일부터 어린이집(원생·종사자), 노인복지시설 등 약 216만 명에게 주당 1, 2회분의 자가검사키트를 무상 배포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부도 유치원생(59만 명)과 초등학생(271만 명)에게 무상 배포하는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학생 1명당 1주에 2개씩 5주분, 총 3,300만 개가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보건소 선별·임시선별검사소 474곳에서 총 210만6,997건의 신속항원검사가 이뤄졌다. 이 중 4만1,016건의 양성이 나왔는데, 이어진 PCR 검사에서는 70.5%(2만8,905건)가 음성이었다. 29.5%가 가짜 양성이었던 것이다.
신속항원검사 도입 이후에도 선별진료소에서 장시간 대기가 계속되며 불편이 빚어지자, 정부는 이달 중 음성확인서 자동발급 전산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다음 달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달청을 통해 직접 키트를 구입·배포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