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꿈꾸는 유영의 간절한 무대 "부담 이겨내고 모두 보여줄게요"

입력
2022.02.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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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나흘 앞둔 유영, 마지막 1분까지 연습 매진
"쉬는 것보다 연습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트리플 악셀 연습량 늘리며 안정감 찾아가

유영(18)은 베이징 입성날인 9일에도 새벽 훈련을 하고서야 비행기를 탔다. 다음날도 빼먹지 않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경기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첫 공식훈련을 마친 11일에도 오후엔 보조 경기장을 찾아 훈련을 이어갔다.

허락된 시간은 단 40분. 유영은 마지막 1분까지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다. 하지만 유영의 연습은 쇼트프로그램 스핀과 스텝까지 모두 한 번씩 다시 점검한 뒤에야 끝났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링크장을 떠났다. 어느새 자원봉사자들이 올라가 얼음판을 다듬고 있었다.

11일 오후 훈련을 마친 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유영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린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요. 저는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것보다) 그냥 열심히 하고 마음이 편한 게 나은 것 같아요."

유영은 "솔직히 떨리는 마음이 기대감보다도 크다"고 했다. 그만큼 간절한 꿈이다. 유영은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1세 때 건너간 싱가포르에서 김연아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연기를 지켜본 뒤 피겨에 반해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제대로 피겨를 배우기 위해 어머니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어도 몰랐고 문화적으로도 낯설었지만 피겨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 TV 속 김연아를 보고 '피겨 여왕'을 꿈꾼 지 12년 만에 꿈의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제 그 무대가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유영은 "많이 떨리기도 하고 부담도 되긴 한다.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싶다. 이번 올림픽 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만큼, 제가 연습한 만큼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이 주무기다. 3회전 반을 도는 이 점프를 구사하는 국내 여자 선수는 유영이 유일하다. 이날 오전 메인 링크장에선 올림픽의 무게감 때문인지, 5번의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 2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후에는 연습량을 늘렸다. 트리플 악셀만 열 번 가까이 뛰었다. 다행히 몇 번 넘어지지 않았다. 한 번 넘어진 것도 후속 동작 실수였다. 유영은 "적응하려고 점프를 더 많이 했다. 오전보다 괜찮았다"며 눈웃음을 지었다. 오전의 실수는 처음 선 링크장이어서 적응의 문제일 수도 있다. 유영은 "처음 타봐서 느낌이 새롭고 또 올림픽 링크장이다 보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빙질 차이가 많이 있어서 적응하면서 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톱5를 달성한 차준환(21)에게 좋은 기운도 받았다. 차준환의 연기를 현장에서 직접 본 유영은 "(처음 넘어졌을 때는) 아쉽고 긴장됐는데, (나중에는) 워낙 잘했다"며 "오빠가 워낙 잘하니 성적이 잘 따라온 것 같다"고 축하했다. 그러면서 "저한테도 떨지 말고 진장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줬다"며 "이제 (베이징에서 훈련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좀 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영이 참가하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15일 열린다. 이 가운데 상위 24명만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칠 수 있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