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석열 후보직 사퇴하라" 총공세... 지지층 결집·국면 전환 노림수

입력
2022.02.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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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충돌에 '이재명 존재감 약화'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화력을 총동원했다. 의원 172명 전원 명의의 성명을 내고 "윤 후보의 정치 보복 선언은 대한민국을 혼란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정치 선동"이라고 규탄하면서 윤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이 총공세에 나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트라우마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 아울러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윤 후보 발언을 고리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與 의원 172명 전원 "망국적 보복정치 규탄"

민주당은 이날 모든 스피커를 동원해 윤 후보에 대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재명 후보는 "많은 대선을 지켜봤지만 후보가 정치 보복을 사실상 공언하는 것은 본 일이 없다"며 "보복, 증오, 갈등, 분열이 우리 사회를 정말 위험에 빠뜨린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정치보복 아닌 경제회복에 주력할 때"라며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 전원 명의로 '윤 후보의 망국적 보복 정치, 분열의 정치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윤 후보의 정치 보복 선언은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자 대화와 타협의 민주정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라고 규탄했다. 의총 참석자들은 '정치 보복, 국민 협박 윤석열은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송영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자신의 상급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패가망신시켰을 정도로 수사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모든 권력을 누렸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적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20명도 공동성명에서 "윤 후보 발언은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망동"이라며 "대선 승리로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초선 모임 '더민초'도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친문 지지층 결집+α' 기대도

민주당의 물량 공세는 일단 윤 후보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청산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윤 후보를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도 짙다.

이는 대선 전략상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친문재인계 지지층 가운데 일부는 이 후보에게 여전히 반감을 품고 있는 만큼 이를 결집시킬 기회로 본 것이다. 이 후보 지지율 반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김혜경씨 의혹에 대해서도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전통적 지지층 외에 중도층 지지 복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중도층은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대선후보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고, 보복정치의 악순환에는 염증을 느끼는 다층적 감정을 갖고 있다"며 "윤 후보가 예고한 '적폐 수사'를 정권교체에 수반되는 요소로 볼지 아니면 과도하다고 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정면 대결 구도가 굳어질 경우 이 후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대결구도가 윤 후보에게 유리한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킬 수 있다"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