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야간 점검 중 숨진 고 김용균씨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사고 후 3년여 만인 10일 나왔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기업 한국서부발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다른 관계자 12명에게도 대부분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내려졌다.
뒤늦게 나온 판결에서 원청을 포함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온 유족과 시민단체의 바람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책임을 회피해온 피고들을 단죄해달라고 원청 대표에 징역 2년까지 구형한 검찰의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안전보호조치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원청 대표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산재 사고 시 원청의 책임을 낱낱이 묻기에는 기존 산안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는 그간의 지적을 재확인시켜준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제정돼 지난달 말 시행에 들어간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진즉 이 법이 있었더라면 하는 만시지탄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법제 강화로 산재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숫자는 828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저라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새해 들어 1월 중에만 건설, 제조 현장에서 모두 36명이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1호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삼표산업 채석장 매몰 사고는 산업현장이 여전히 재해 예방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안전 문화가 정착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감독 당국의 철저한 안전 점검은 필수다.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산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경영에 대한 압박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기업 활동의 근간인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선의의 사회적 노력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