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구상은 대러 강경론? '우크라 중재'에 바쁜 유럽 정상들

입력
2022.02.10 17:42
10일 존슨 英 총리-나토 회담, 영·러 외무·국방 회담
英 동유럽 1,000명 병력 배치... 추가 병력 투입 논의
러시아, 10일부터 벨라루스와 대규모 합동훈련 돌입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충돌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럽 정상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최근 각각 러시아와 미국, 우크라이나와 잇따라 회동하면서 중재안 마련에 적극 나선 데 이어, 영국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러시아 등과 연쇄 회담을 추진하며 역내 안보 문제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0일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와 폴란드를 잇따라 방문해 우크라이나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을 논의한다. 동시에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같은 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이튿날인 11일에는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한다. 영국 최고위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러시아 압박에 나선 셈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등 유화책을 제안한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동유럽 파병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스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 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즉각 병력을 철수해야 하며 우크라이나 주권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존슨 총리도 이날 일간 더타임스 기고에서 “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영국 공군 전투기와 해군 전함을 동유럽에 급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발생할 대규모 난민 위기와 혼란에 대비해 동유럽에 1,0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영국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에 추가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적 해결 노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0일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교 담당 실무진이 참여하는 4자회담도 개최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의 중재 노력에도 러시아의 무력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10일부터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한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 지역 등에서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러시아군 약 3만 명이 참여한다. 미국 싱크탱크 뉴라인스연구소의 유진 차우소브스키 연구원은 “러시아는 무력 시위를 통해 전쟁 가능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와 이해를 이끌어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