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장을 준비하면서 여럿에게 "손님 접대는 중국"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라 해도 그 미덕이 어디 가겠냐는 거였다. 그러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건 로봇이었다. 시작부터 로봇이 전면에 등장했다.
관문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가장 먼저 반긴 것도 로봇이다. 기계에 여권번호, AD카드(올림픽 등록 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니 QR코드가 하나 발급됐다. 이 QR코드로 여러 로봇을 상대하며 순차적으로 입국 절차를 밟았다.
호텔에서도 거의 로봇만 상대했다. 늦은 밤 이미 호텔 식당 문이 닫아 룸서비스를 이용했다. 109위안(약 2만495원)짜리 토마토 스파게티를 시켰다. 밖에서 누가 웅성대는 것 같아 열어보니 음식을 가져온 로봇이 있었다. 배를 열어 음식을 꺼내고 영수증에 서명을 해 넣으라고 했다. 밤늦게도 방역 로봇은 복도를 오가며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나 경기장에도 로봇이 여러 대 있었다. MPC 식당 로봇은 이미 세계 각국에 대서특필됐다. 햄버거, 덮밥, 칵테일을 제조하는 로봇부터 천장 레일을 통해 음식 서빙을 하는 로봇까지 다양했다. 여기에 모든 경기장의 기자실 앞에는 체온을 재는 로봇이 기자의 체온과 얼굴을 촬영한다. 그것도 모자라 복도에서 사람을 쫓아다니며 체온을 재는 로봇도 있다. 기준치보다 온도가 높게 나오면 주저 없이 올림픽 관계자에게 보고하도록 설계됐다. 어떻게든 사람 간 접촉을 줄이려는 것이다.
로봇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방역에서 뿐만 아니다. 쇼트트랙 경기에서도 로봇이 전면에 등장했다.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공중에 매달려 있는 촬영 로봇은 지치지도 않고 선수들을 찍어댔다.
로봇이 다 해줘서 편하냐고? 글쎄. 방역 로봇은 사람이 바로 옆에 있든 말든 소독약을 뿌려댄다. 룸서비스 로봇은 편의점 스파게티보다 못한 2만 원짜리 스파게티를 내오는데 이렇다 저렇다 따지지도 못한다. 로봇이 있다고 경기가 좀 더 정확한 것도 아니다. 이번 쇼트트랙 경기에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판정이 여럿 나왔다. 충돌이나 넘어진 선수가 없는 경기에서도 비디오 리뷰를 진행하고 어떤 선수들은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줄줄이 페널티를 받았다.
호텔 카운터에 '돼지코(플러그)'와 '담배'를 사다줄 수 있느냐고 몇 번째 부탁을 했지만 알아본다는 말만 돌아올 뿐 감감무소식이다. 밖을 나가지 못한다. 완벽한 폐쇄루프다. 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사흘째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방역에 성공한 올림픽이 될 듯하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세계의 사람들에게 베이징이 축제로 기억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