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했다. 김씨는 “공직자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씨는 설 연휴 기간 과잉 의전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내긴 했으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공개 석상에 직접 나와 진화에 나선 셈이다. 앞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처음 주재한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며 김씨의 직접 사과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김씨가 공무원으로부터 과잉 의전을 받으며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긴 했으나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에 대해선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경기도 공무원이 법인카드로 소고기 등을 결제해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피해간 셈이다. 경기도와 경찰이 감사와 수사에 착수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두루뭉술한 사과가 중도층 민심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김씨 말대로 선거 이후라도 철저한 수사와 감사로 규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이재명 후보가 이 사안에 대해 사과하며 연일 몸을 낮췄으나 민주당 인사들은 어설픈 감싸기로 화를 더 키운 측면도 적지 않았다. “국민이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준다”(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 인식부터 안일했던 데다, 허위 자료를 공유해 사실에 혼선을 주거나 제보자를 공격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도 재연됐다. 김씨의 알맹이 없는 사과는 민주당의 이런 병폐에 대한 반감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