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잦은 미사일 도발에도... 홍현익 "美가 먼저 전향적 정책 펴야"

입력
2022.02.09 17:45
외교원장 "대북제재 벌 주는 정책 변질"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먼저 전향적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1월 한 달에만 7차례나 미사일을 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홍 원장은 7일 세종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탈냉전기 정부별 대북정책 평가와 향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우선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진 백신 등 의약품과 식량, 식수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북한보다 국력이 월등히 강한 만큼 먼저 손을 내밀고, 이를 통해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홍 원장은 “현재의 대북제재는 단지 북한을 벌 주는 정책으로 변질됐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제재 완화 뒤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자동복원하는 ‘스냅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기만을 방지하면서 대북제재를 인도주의적 부문부터 완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보다 능동적으로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 상호안보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지난해 8월 임명 이후 공식석상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묵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홍 원장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대체로 노태우 정부와 진보정부들은 남북관계를 개선했다”며 “노태우 정부를 제외한 보수정부들은 원칙과 이념을 앞세워 남북 간 충돌이 잦았고 남북관계는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읽힐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홍 원장은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급 공무원이다.

홍 원장의 이전에도 여러 차례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반드시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에 핵을 포기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등의 견해를 피력해 국책연구기관 수장으로 북한 입장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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