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중국대사관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자 조선족의 것"

입력
2022.02.08 22:27
"'문화공정'은 억측… 조선족 감정 존중하길"
미 대사대리 "한국하면 한복 떠올라" 글 남겨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어난 '한복 논란'과 관련해 주한중국대사관이 "전통문화(한복)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족 대표에겐 한복이 민족 의상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중국 측이 "문화 원류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은 8일 한국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중국이 '문화공정'과 '문화약탈'을 하고 있다며 억측과 비난을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한복은 한국은 물론, 조선족의 의상이라고 강조했다. 4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국기 전달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중국이 한복을 자국 고유의 문화로 여기는 증거"라는 등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대변인은 "중국 각 민족 대표가 민족 의상을 입고 국제 스포츠 대회와 국가 중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그들의 바람이자 권리"라는 논리를 폈다. 남북한과 혈통이 같은 데다, 복식 등 전통문화를 공유하는 조선족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복을 입은 것은 문화약탈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국 네티즌, 특히 조선족들이 (한복 논란에)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전언도 덧붙였다.

중국대사관의 입장문은 외교부가 앞서 전달받았다고 공개한 중국 측 견해와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미묘하게 엇갈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중국에 여러 적절한 경로를 통해 우리 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전달했다"며 "중국 측도 '개막식 공연은 문화 원류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우리 정부에 "한복이 한국과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명백한 사실은 변함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대사관은 여기에 "조선족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더한 것이다.

조선족의 권리를 강조한 건 이번 국기 전달식이 중국 소수민족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서방국가들을 의식한 행사라는 해석과도 맥이 닿는다. 대사관 대변인 역시 "중국 정부는 시종일관 각 민족의 풍습과 합법적 권익을 존중하고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한복은 한국 문화”라고 못박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위터에 한복을 착용한 사진과 함께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라며 "김치, K팝, K드라마... 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고 '뼈 있는' 글을 남겼다. 2020년 12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국대사 역시 트위터를 통해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중국 일각에서 불거진 '김치 중국 유래설'을 에둘러 꼬집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