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치킨 맛집'으로 거듭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못지않은 품질에 가성비를 무기로 장착하면서다. 간식거리인 '조각치킨' 위주로 팔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식사 대용으로 한 마리 치킨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편의점은 1만 원이 넘지 않는 한 마리 치킨을 선보이며 가격이 치솟은 치킨시장의 틈새를 공략 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편의점 치킨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나 1인 가구의 간식거리였으나, 최근엔 가족 단위로 수요가 확대됐다. CU의 경우 지난해 프라이드치킨 매출이 전년 대비 31.1% 상승했는데,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 점포 매출(46.7%)뿐 아니라 가족 단위 거주지역 점포 매출도 40.3% 늘었다. 자체 치킨브랜드를 운영 중인 GS25와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치킨 매출이 각각 19.6%, 37.2% 증가했다.
수요가 늘자 편의점들은 조각이 아닌 한 마리 치킨을 선보이고 있다. GS25가 지난해 자체 브랜드 '치킨25'에서 선보인 한 마리 제품 '쏜살치킨'(1만 원)은 출시 한 달 만에 7만 마리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세븐일레븐도 최근 치킨브랜드 '프라이드'를 리뉴얼하고 9,900원짜리 한 마리 치킨과 닭강정 등을 내놓았다. CU는 9,900원에 순살치킨과 치즈볼, 콜라까지 주는 '자이언트 치킨박스'를 9일 출시한다.
GS25 관계자는 "몇 년 전에도 한 마리 치킨을 출시했지만 수요가 적어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식사 대용으로 인식되면서 매출이 증가한 건 최근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치킨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치킨값 2만 원' 시대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치킨 한 마리를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석조리식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품력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GS25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1인용 더큰반마리치킨'(6,900원)은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사용하는 9, 10호 닭보다 큰 11, 12호 국내산 닭으로 용량을 키웠다. 세븐일레븐은 고올레산 대두유를 사용해 포화지방산 함량이 적다고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치킨처럼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GS25의 경우 지난해 자체 배달주문 앱의 치킨 매출이 전년 대비 330.8% 증가했다. GS25 관계자는 "지난달 배달 매출 구성비는 치킨 17.8%, 음료 15.9%, 스낵 15% 순이었고, 치킨 중에서도 한 마리 콘셉트의 쏜살치킨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편의점이 근거리 쇼핑채널에서 동네마트 역할까지 할 정도로 판매 영역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제 고객은 소용량이 아닌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법한 상품도 부담없이 편의점에서 구매한다"며 "제품력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