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나쁜 손 신기술...가관인 중국 쇼트트랙에 또 안 당하려면?

입력
2022.02.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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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판정 논란 속에 금메달 2개 휩쓸어
초반부터 전력 질주 중요성 커져
황대헌 등 9일 남자 1,500m 설욕전 출격

중국 쇼트트랙의 홈 텃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옷깃만 스쳐도 실격이 되는가 하면, 상대를 넘어트리려는 중국 선수 특유의 ‘나쁜 손’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다. 심지어 나쁜 손은 직접적으로 경쟁자를 건드리는 걸 넘어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로까지 진화했다.

노골적인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에 한국, 헝가리 등 희생양이 속출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국의 방해 공작을 피하고 싶지만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 심판이 또 어떤 이유로 실격을 주고, 중국 선수들이 어떻게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선수들에게 어떤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 만큼의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게 유일한 답이라고 조언한다.

8일 현재 중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3개 중 2개를 쓸어갔다. 2개는 모두 편파 판정 논란 끝에 가져간 금메달이다. 지난 5일 첫 금메달을 따낸 혼성 계주에서는 준결승에서 조 3위로 1,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따내지 못했지만 심판이 비디오 판독 후 미국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반칙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떨어지고 3위였던 중국이 결승에 올랐다. 중국은 선수들끼리 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결승에 진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중국의 두 번째 금메달이 나온 7일 남자 1,000m에서도 석연찮은 판정은 계속됐다.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준결승에서 각각 조 1, 2위로 결승에 올랐지만 심판은 둘을 탈락시키고 중국 선수들을 결승으로 올려 보냈다.

중국은 편파 판정을 등에 업고 반칙성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표적 ‘반칙왕’ 판커신은 500m 준준결승 경기 도중 주로의 경계를 나타내는 검은색 블록(퍽)을 캐나다 앨리슨 샤를의 스케이트날 쪽으로 밀어 넣었다. 공교롭게도 2위를 달리던 샤를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하지만 심판진은 판커신에게 아무런 반칙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퍼져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캐나다 매체 ‘데일리하이브’는 “중국 선수의 고의인가, 빠른 레이스 중에 일어난 단순한 접촉인가”라면서 “상당수는 느린 화면을 본 이후 전자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신들이 도가 지나친 편파 판정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의 역주가 조명받고 있다. 폰타나는 결승에서 초반부터 치고 나가 중국 선수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중국 선수들이 추월할 능력이 안 되니까 홈 텃세도, 오심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편파 판정에 울었던 한국 쇼트트랙은 9일 설욕전에 나선다. 메달이 걸린 종목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남자 중장거리 1,500m다. 황대헌과 이준서가 출격 준비를 마쳤고, 1,000m 경기 도중 왼쪽 손가락을 다쳐 기권했던 박장혁도 부상 투혼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1,500m 전략으로 한국 쇼트트랙은 레이스 초반에 천천히 달리다가 중후반부터 치고 나가는 작전을 구사했지만 이번엔 초반부터 속도를 높여 중국 선수의 추격권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진선유 KBS 해설위원은 “중국 선수들 앞에서만 달리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며 “압도적인 경기만이 편파 판정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