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는 시기로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백서 시즌'이라고도 불린다. 국정백서란 표지를 달고 각자 담당 정책 성과와 평가, 향후 과제까지 채워 넣어야 해 실무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백서가 될 이번 국정백서는 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사회 전반을 흔들어놨다. 뭐가 얼마나 망가졌고 어떻게 고치려 해봤는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가 백서에 담길 수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면서 차기 정부 정책 로드맵을 짜야 하는 새 대통령에겐 그야말로 딱 좋은 '족보'인 셈이다.
이 중요한 시점의 국정백서 목차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일자리'다. 고용시장은 코로나 피해가 가장 컸던 영역 중 하나다. 디지털과 비대면 산업으로 급전환되며 전통적 일자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거나 사라지게 됐다. 대면 서비스업과 비정규직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고용불안 분야의 성별 비중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코로나 발발 초기부터 고용충격이 여성에 더 가혹하다는 주제가 연일 뉴스를 장식했던 이유다.
요즘은 다르다. 코로나 3년 차, 고용충격을 다루는 기사보다 '고용률 상승' '청년 고용 회복' 같은 말이 자주 보인다. 여성 일자리만 떼고 봐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돌봄공백으로 고용시장을 벗어났던 여성들이 다양한 지원책 덕에 재취업하고, 젊은층 취업률도 상승하면서 고용지표가 나아졌다는 걸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숫자만 보면 작년 여성 취업자는 20만2,000명 늘었다. 고용률 57.7%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57.8%)에 근접했다. 특히 20~29세 여성 고용률(59.6%)이 전년보다 2.8%포인트 상승해 청년층 고용 회복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대 여성 취업자는 상용직(+5만6,000명)뿐 아니라 임시직에서 5만2,000명이나 증가했다. 또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다시 실업을 걱정할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통계를 분석했던 한 연구원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에 잡히지 않는 시간제도 많고 야근이 많은 업무환경 탓에 오래 못 버티고 또 경력이 단절될 숫자"라며 "단순 수치만 보고 여성 고용이 좋아졌다고 분석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국정백서 일자리 파트가 어느 깊이까지 담아낼지는 알 수 없다. 한 공무원은 "어디까지를 적정선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오차범위 박빙인 대선판도도 신경 쓴다는 전언이다. 정권교체냐, 유지냐, 감이 도저히 잡히지 않아 신랄하게 담아낼지, 어느 정도 성과가 강조되도록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이었다.
더 암담한 건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이다. 하나같이 디지털 전환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는 하는데, 재원 마련을 비롯해 구체성은 없고 성별, 계층별, 업종별, 일자리 숙련도별 고용 양상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이달 중순쯤이면 백서 초안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완성본이 어떤 모습일지, 누가 행정수반으로 이걸 받아들지도 아직 모른다. 확실한 건 차기 대통령에게 오답노트까지 적힌 족보처럼 좋은 참고자료가 시급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