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저항의 상징’ 교사·의료진 생활고에... 反군부 운동 위기

입력
2022.02.08 17:00
복권 발매 노력에도 실직자 지원 턱없이 부족 
신규 기부금, 시민군 군비 지원으로 활용돼 
민주세력, 유료 교육ㆍ재취업 통한 활로 모색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가장 먼저 저항했던 일선 교사와 의료진이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직장 복귀 거부로 대표되는 '시민 불복종 운동'(CDM)으로 생활고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신규 기부금 또한 대부분 무장투쟁에 투입되는 탓이다. 미얀마 민주세력은 해결책을 강구 중이지만, 군부의 계속되는 압박에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프런티어 미얀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군부에 협력하지 않겠다"며 CDM에 동참한 인원은 40만 명에 달한다. CDM 참가자의 절반가량은 교사이며, 의료진도 6만여 명에 이른다. 이 외에도 은행 직원과 철도ㆍ전기ㆍ산림 등 행정직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 등도 CDM에 가담한 상태다. 이들 중 14만 명의 교사와 수천 명의 행정직 공무원들은 이미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CDM 의료진 대부분도 일자리를 잃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실직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해 8월 '봄 혁명 복권'과 11월 '월간 복권'을 연이어 발행했다. 복권을 시민들에게 판매해 얻은 수익을 CDM 참가자들의 생활고 해소에 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복권 판매 성공에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생활자금을 지원받은 CDM 인원은 6,7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권 사업만으로는 실직자 모두 구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미얀마 내 독지가와 해외 거주 국민이 보내는 신규 기부금도 CDM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NUG가 군부에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자금 대부분이 시민저항군의 무기 구매와 병력 유지에 쓰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해외 교민은 언론에 "CDM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나와 같이 해외에서 기부금을 송금하는 대부분의 미얀마인들은 시민군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군부의 압박 역시 거세다. 이들은 해외 유입 자금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CDM 참가자 체포 작전도 확대하고 있다. 생활고에 못 이겨 복직을 신청한 교사와 의료진에 대한 탄압도 여전하다. 노부모 봉양을 위해 지난해 말 직장으로 돌아 온 피타웅(가명)씨는 "복직신청서를 낸 이후 정부군에 불려가 10차례 넘는 심문을 받았다"며 "다른 회사들도 '군부 보복이 두렵다'며 거절하고 있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NUG는 민간 저항의 핵심 동력인 CDM의 와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 중이다. 해직 교사들을 모아 온ㆍ오프라인으로 유료 민주화 학교를 연 뒤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거나, NUG 산하 시민구호센터가 의료진을 고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NUG 관계자는 "직접 지원이 어려워 시민사회 역량을 활용해 재취업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사태가 길어지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생활 안정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