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현재 안 후보가 놓인 처지를 봤을 때 그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그대로 편입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도 가당치 않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하는 이번 주말 이전에 안 후보가 정치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단일화라고 얘기하는 건 좁은 의미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안 후보 측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지 않지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라든지 이런 것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안 후보가 놓인 처지'라는 표현에 대해 "1월 초쯤에 안 후보가 기분 좋게 기세될 때와 달리 지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면서 "당시 분석했던 대로 저희 후보(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 부분 이전됐는데, 그분들이 다시 저희 후보에게 회복됐기 때문에 오히려 안 후보가 가지고 있는 지지율은 보수 성향과 약간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라는 절차를 통해서 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마 우리 후보에게 그대로 오롯이 편입되기는 어려운 지지율 아니냐, 그런 인식도 당 내부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앞서 '11일 이전에 단일화 결판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번 주말이 지나면 안 후보가 사실상 선거 모드에 돌입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실제로 상당한 비용 지출과 더불어 선거에 참여한 다음에 빠지는 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11일 이전에, 그러니까 이번 주말 이전에 어떤 정치적인 판단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준석 대표는 여아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며 존경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께서 내세우셨던 지역 통합의 가치 같은 것은 당연히 우리 당도 계승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을 급하게 선거에 끌어들이려다 보니까 그의 성대모사 영상을 올려서 노 전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영상을 띄우더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후보들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선 막판 표심을 끌어오느라 애썼다. 5일 윤 후보는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께서는 순수한 열정, 그리고 원칙 있는 국정운영을 해오신 분인데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서 극구 반대하는 것을 국익이라는 한 가지 원칙에 입각해 해군기지 건설 결단을 내렸다"며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잠시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입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감정에 북받쳐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튿날 이 후보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에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여러분도 기다리시느냐"며 "그러나 그 세상은 우리가 그냥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결국 운명과 역사는 여러분을 포함해 우리 국민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 사는 세상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문재인의 꿈이었고, 또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설정의 영상을 유투브 채널에 올렸다가 삭제하는 등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영상에 성대모사로 삽입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 극우 성향 커뮤니티(일간베스트)에서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가 쓰여 논란을 부추겼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비극적으로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의 그런 어떤 음성을 성대모사해서 이 후보와 무슨 인연이 있었거나 지지를 요청한 것처럼 하는 것도 웃기거니와, 그 과정에서 자료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그 영상물 안에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일베' 이런 데서 썼던 코알라 그림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민주당 선거운동에서 저희 같으면 그런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할 생각조차 못하겠는데, 그 와중에 그분을 희화화했던 그런 사진, 그림 같은 게 표현돼 있다는 것이 저는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