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유럽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지 못하면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유럽 내 데이터 보호를 위해 새 규제를 마련 중인 유럽당국에 ‘서비스 운영 중단’을 내세워 으름장을 놓았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새로운 대서양 횡단 데이터 전송 체제가 마련되지 않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게 된다면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다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이렇게 된다면 사업과 재무상황, 영업에서 상당히 큰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기업인 메타와 유럽 규제당국은 개인정보 등 데이터 전송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 2020년 7월 유럽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허락하는 EU와 미국 간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을 무효 판결했다. 데이터가 미래 산업의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협정이 유럽 사용자의 사생활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하고,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EU집행위원회는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개인정보보호법을 마련 중이다.
ECJ 판결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메타 유럽 본부가 있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도 메타에 EU에서 미국으로 사용자 데이터 전송을 중단하라는 예비 명령을 내렸다. DPC는 올해 상반기 내 최종 결정을 통보할 예정이다. DPC가 이 명령을 유지하면 메타는 유럽 사용자에게 수집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지 못하게 돼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의 데이터에 기반해 광고 등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서 데이터 차단은 치명적이다.
메타가 DPC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DPC는 연간 수익의 4%에 해당하는 28억 달러(약 3조3,521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유럽은 미국에 이은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4분기 메타 매출의 3분의 1이 유럽에서 발생했다. 메타의 유럽 사업 철수 가능성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메타의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5% 이상 급락했다. 메타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30%가량 고꾸라졌다.
반면 유럽은 느긋하다. 로버트 해벡 독일 경제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의 회담 후 “지난 4년간 페이스북과 트위터 없이 살았는데 내 인생은 환상적이었다”며 “EU는 매우 큰 경제력을 가진 단일시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결하면 페북의 경고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도 “나도 페이스북 없이 아주 잘 살고 있다”며 “디지털 거인들이 EU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메타는 한발 물러섰다. 메타는 이날 성명에서 “실제로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의향이나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메타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글로벌 서비스 운영을 위해 EU와 미국 간 정보 전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